부동산 건설업계

바다 조망이라 공시가 높다더니 '앞 건물뷰'…‘졸속 공시가’ 해명도 엉터리

■한국부동산원, 본지 보도 설명자료 부실

부동산원 "최고층 조망권 반영"

실제론 7세대 중 1세대만 해당

연간 모든 실거래 참고한다면서

자료 절반 가까이가 12월 거래

전수 조사 주장도 사실과 달라

국회서 “간접 조사” 내부 자료 확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투명하게 산정하고 있다는 한국부동산원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공동주택 최고층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바다 전망의 가치를 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시가격을 정할 때 참고했다고 밝힌 실거래 자료의 절반가량이 연말에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졸속으로 매겨지고 있다는 서울경제 보도(2022년 4월 8일자 1·3면)와 관련해 부동산원이 배포한 보도 설명 자료마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본지는 공시가격 산정 시 층별·위치별 요인을 감안하는 ‘층별효용비율’이 공동주택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적용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주 서귀포시에 나란히 위치한 공동주택 A와 B를 사례로 들었다. A는 최고층의 2021년도 공시가격이 아래층보다 200만 원 낮은 반면 바로 옆 B는 최고층이 아래층보다 600만 원 높아 층별효용비율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B 빌라는 A에 가려 최고층인 5층부터 (바다) 조망이 가능하므로 개방감에 따른 조망 효용이 반영돼 다른 층에 비해 가격이 높게 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조사 결과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A와 B는 거의 동일한 높이(약 16m)인 데다 방향도 같다. 이런 상황에서 B의 최고층 7세대 가운데 단 1세대만 앞의 A와 옆 건물 틈새로 바다가 보인다. 나머지 6세대는 바다 전망이 아닌 앞 건물이나 도로 전망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최고층 7세대의 공시가격이 모두 같게 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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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의 공동주택 A(왼쪽)와 B(오른쪽) 빌라. 두 빌라는 모두 남향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구조다. B빌라 최고층 7세대 가운데 1세대만이 A와 그 옆 건물 사이로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나머지 6세대는 건물 또는 도로 조망인데도 7세대의 공시가격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정수연 교수제주도 서귀포시의 공동주택 A(왼쪽)와 B(오른쪽) 빌라. 두 빌라는 모두 남향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구조다. B빌라 최고층 7세대 가운데 1세대만이 A와 그 옆 건물 사이로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나머지 6세대는 건물 또는 도로 조망인데도 7세대의 공시가격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정수연 교수


제주도 서귀포시 B 빌라(사진 두 번째 줄)는 가운데 3호 라인만 앞에 서 있는 A 빌라(첫 번째 줄 오른쪽)와 또 다른 건물 사이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구조다. 사진 제공=정수연 교수제주도 서귀포시 B 빌라(사진 두 번째 줄)는 가운데 3호 라인만 앞에 서 있는 A 빌라(첫 번째 줄 오른쪽)와 또 다른 건물 사이로 바다 조망이 가능한 구조다. 사진 제공=정수연 교수


또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말 시세를 기준으로 공시기준일 이전 모든 실거래를 참고한다’는 해명도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이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부동산가격공시제도의 문제점과 대안모델’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2021년 서울 서초구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한 실거래 사례 7만 5949건 가운데 49%는 12월 거래(3만 7433건)였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한 해의 가장 마지막 달 거래를 실거래 산정 근거로 고른 것은 공시가격을 높게 산정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거래 가격이 높은 마지막 달을 선택해 적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참고한 실거래가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전체 공개는 어렵다”고만 답했다.

주택의 개별 특성을 고려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공시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해명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말 입수한 한국부동산원 내부 감사 자료에는 조사관들이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며 담당 건수가 너무 많아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의원은 ‘국토부 공동주택 조사산정 업무요령’에 기준 호는 직접 산정하고, 나머지 개별 호는 간접 산정하도록 규정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3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동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졸속으로 산정되는 공시가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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