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What] 믿었던 우군들 대러 제재 이탈…체면 구긴 바이든

[복잡해진 경제셈법에…국제공조 균열]

인도는 러시아 원유 사들이고 이스라엘 유대계 러시아 재벌 감싸

바이든 직접 나서 모디 압박 "러 에너지 구입 인도 국익에 맞지 않아"

인도 무기체계 86%가 러시아산…외교 노선 변화에 근본적 한계

사우디 UAE 등은 美의 증산 요구 거부 "러와 OPEC 동맹이 더 중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안토니 블링컨(오른쪽) 11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화상 회담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안토니 블링컨(오른쪽) 11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화상 회담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파트너들을 (대러 제재에) 승선시키지 못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도·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와 심지어는 이스라엘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를 규합해 물샐 틈 없는 대러 제재를 추진하려 하지만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들 간에 적지 않은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쿼드(Quad) 국가인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대거 사들이고 있고 중동의 혈맹인 이스라엘은 미국이 제재하려는 러시아 신흥 재벌들의 회피처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친미 아랍 국가였던 사우디와 UAE가 원유 증산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등 미국의 체면이 곳곳에서 구겨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 자원을 총동원했지만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그 중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해 손잡은 인도의 친러 행보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갈 곳 잃은 러시아산 원유를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수입 물량이 1,300만 배럴 이상으로 이미 지난해 수입량(1600만 배럴)의 80%를 넘어섰다. 인도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에서도 기권했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인도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구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인도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가 러시아산보다 훨씬 더 많다며 미국이 인도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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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함께 규탄했으나 외교 노선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86%의 인도 무기 체계가 러시아산일 정도로 두 나라의 관계는 각별하다. 파키스탄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가 전략적으로 러시아와 손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이달 초 인도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심 중동 동맹국인 이스라엘도 러시아 제재를 두고 불분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는 않았다. 아이언돔 같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도 외면하고 있다.

아울러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유대계 러시아 재벌 소유의 자가용 비행기가 이스라엘을 드나들며 이들의 제재 회피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한 후 상당수의 유대계 러시아 재벌들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했다. NBC방송과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법상 제재는 적국에만 부과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에 이스라엘과 러시아 기업 간의 사업을 막을 권한도 없는 실정이다.

한때 미국과 긴밀히 호흡을 맞췄던 사우디와 UAE 역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과 엇갈리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패권을 쥔 이들은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외신들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벌어졌고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반군을 미국이 적극 제재하지 않은 데 대한 UAE의 불만이 쌓였다고 분석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실의 엘런 왈드 박사는 “중동 국가들은 석유 시장에서 OPEC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러시아와 OPEC 간 동맹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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