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계열사가 공동으로 사용할 브랜드(BI)를 공개했다. 14일 출시하는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금융계열사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래지향적 이미지 형성, 금융 생태계 확장 등을 공유한다. 이번 공동 BI 발표의 속내는 삼성금융사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삼성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정체될 경우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금융 5개사는 12일 공동 브랜드 ‘삼성금융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를 론칭했다. 새로운 삼성금융 브랜드는 ‘삼성(Samsung)’ 표기에 금융 협업을 의미하는 ‘금융네트웍스(Financial Networks)’를 함께 넣어 금융 생태계 확장의 비전과 의지를 표현했다. 간선은 고객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금융의 길을 그려 나간다는 의미를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삼성금융 계열사들의 공동 BI 선포는 금융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전통 금융사들과 빅테크·핀테크 간의 협력과 경쟁으로 금융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사들도 디지털 전환과 고객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막대한 회원 수 및 접속자 수를 바탕으로 금융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실 삼성금융 계열사들은 자산은 5대 금융그룹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생명을 제외하고 각 업권에서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삼성의 이미지에 맞게 안정감은 줬지만 혁신금융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금융 5개사가 선택한 화두는 협업이고 첫 단추가 공동 브랜드 출범이다.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과 협력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미래를 고민해 온 삼성도 이번 금융사 간 협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에 대한 요구도 공동 BI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부터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며 경영진, 브랜드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공동 BI 작업에 착수했다.
공동 BI는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에 첫 적용된다. 비은행권 금융사로서는 처음 내놓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인 모니모는 잠재 사용자만 2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삼성금융 계열사들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모니모 출시를 통해 마이데이터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니모는 자산 조회, 무료 송금, 자동이체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금융 계열사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쳐지면 엄청난 트래픽과 매매 거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 브랜드 탄생으로 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금융사들은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오벌마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사별로 혼용해 쓰는 CI(Corporate Identity)도 공동 BI에 맞춰 개편할 계획이다. 사별 옥외 간판과 명함·홈페이지 등에 대한 교체를 진행하고 각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하위 브랜드와 자회사에 대한 개편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모니모’를 비롯한 추후 삼성금융 협업물 등에도 적용할 예정으로 공동 브랜드를 통해 금융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