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예비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져 배경에 관심이 모인 현대오일뱅크가 5월 안에 거래소 심사를 통과해 6월에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일반 청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상장 예심을 청구했던 현대오일뱅크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주주 간 협약 내용이 문제가 돼 통상적 심사 기간인 2~3개월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5월 중 거래소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6월 공모에 나서는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13일 거래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4개월이 된 이날까지 결과가 나올 기미가 없어 시장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신사업 추진의 불확실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대 주주인 아람코와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이 주주 간 협약을 맺은 내용 등이 상장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람코는 2019년 12월 1조 3749억 원을 투자해 오일뱅크의 2대 주주(지분율 17%)가 됐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람코 투자 당시 맺은 이사 선임권 등 주주 간 협약의 일부 내용에 거래소가 아람코의 과도한 권리 보호를 손질하도록 요구했다”면서 “오일뱅크 경영진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까지 나서 관련 문제를 아람코와 협의해 해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거래소 심사가 늦어져 당초 지난해 전체 실적을 바탕으로 5월 중순까지 코스피 입성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워졌지만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속에 올 1분기 실적도 좋아 이를 바탕으로 금융 당국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오일뱅크는 지난해 20조 원이 넘는 매출(연결 기준)과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대규모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수소 생산 등 신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
증권 업계는 최근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후 기업 가치를 10조 원으로 전망하는 보고서 등을 제시했는데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호전돼 경쟁사인 에쓰오일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조 7600억여 원에 달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일뱅크가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 등을 책정하면 해외 기관들의 ‘투자 룰’을 고려할 때 하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지만 정제 마진이나 국제 유가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상반기 내 일반 공모 일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 수준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출 예정인데 올해 자동차·전자·섬유의 기초 소재가 되는 석유화학 부문의 대규모 실적 개선이 예상돼 6월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에서 흥행 몰이를 기대하고 있다.
한 IPO 전문가는 “증시가 부진할 때는 실적이 좋고 안정적인 우량 기업이 인기를 모은다”며 “오일뱅크의 신사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호의적이고, 배당 성향도 높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