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SNS…빅테크…인류 구원할까 궁지로 내몰까

■하이프 머신 …시난 아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소셜 미디어 통해 실시간 소통

교류 늘리고 생산성 높였지만

개인 감시에 가짜뉴스도 남발

■시스템 에러 …롭 라이히 지음, 어크로스 펴냄

메타·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물불 가리지 않고 효율성 집착

인간을 이윤추구 수단으로 악용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미국의 메타(페이스북)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직접 나서 친러시아 계정들을 폐쇄했다. 이들 계정들이 러시아의 선전전에 동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친우크라이나 계정들은 대폭 활성화됐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저항에는 이런 사이버 세계의 전쟁도 한몫했다.



메타 등의 이번 긴급조치에는 앞서 ‘악몽’이 중요한 경험이 됐다.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러시아는 당시 메타 등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미국 등 세계의 여론을 방해했고 이는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들의 행동은 이들이 국가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때 ‘인류의 구원자’로 확신됐던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궁지로 몰 수도 있다는 측면을 분석한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시난 아랄의 ‘하이프 머신’(Hype Machine)과 롭 라이히·메흐란 사하미·제레미 M. 와인스타인의 ‘시스템 에러’(System Error)가 그것이다. ‘하이프 머신’이 실제 사회를 조종하는 메타 등 소셜 미디어의 과잉 역할에 메스를 들이댔다면 ‘시스템 에러’는 이윤을 앞세우는 빅테크들의 윤리문제를 다루었다. 현재와 미래 기술사회에서의 인간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다. 결론은 개인의 자의식 강화와 적극적인 행동, 그리고 민주주의 확대다.

최근 번역 출간된 ‘하이프 머신’ 은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물론 세계의 운명까지 영향을 미치는 소셜 미디어의 명암을 분석한 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저자는 자신을 과학자이자 기업가, 투자가라고 부른다. 자신의 작업이 단순히 상아탑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하이프 머신’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뜻하는 말로 저자가 만든 이름이다.



오늘날 인류는 하루에도 수조 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하이프 머신은 각종 정보와 생각·행동의 흐름을 제어한다. 인간의 충동을 자극하고 쇼핑과 선거 투표, 심지어 애정의 방식까지 설득하고 바꾸게 만든다. 하이프 머신 아래서 인간은 초(超)사회화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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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프 머신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선 하이프 머신은 사람들 간의 교류를 늘리고 또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오프라인 사회가 사실상 멈춘 것을 대체하면서 일상생활을 지켰다.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어두운 점이다. 개인을 감시하고 의사결정을 조종하면서 인간들을 피동적인 존재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광고 수익이라는 이윤에 목매는 소셜 미디어들은 이를 조장하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 확산은 여론조작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짜뉴스를 통해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성공하고 덩달아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논란도 일으켰다.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메타 등 소셜미디어들이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 친러시아 계정을 차단한 결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하이프 머신에는 장밋빛 약속과 위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며 “결국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설계·통제·활용할지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스템 에러’는 메타, 구글, 아마존 같은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의 거짓과 딜레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겉으로는 세상을 구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윤 추구를 위해 인간의 가치를 수단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책에 따르면 빅테크들은 ‘효율성’에 집착한다. 이들은 ‘디지털 광고 클릭 수’, ‘유튜브 재생시간’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관심은 창업과 인수합병(M&A)를 통해 거금을 쥐는 것뿐이다.

저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의사처럼, 기술과학자에게도 일련의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빅테크들의 자율규제를 그냥 믿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기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결정권은 기술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각 2만 4800원, 1만 98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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