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왜 한국노총 잠바만 입느냐, 다른 옷은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참 검소한 후배입니다. 예전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할 때, 과천청사를 찾아갔을 때도 느꼈습니다. 지정주차장이 있었는데 늘 비어있었죠. 사람들과 저녁에 어울리는 게 좋아서 차를 안 샀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30여년 경력의 현장형 노동운동가다. 이 후보자는 평소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진 인물로 평가 받는다. 지인들은 이 후보자를 두고 “소탈하고 일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86년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의 첫 발을 뗐다. 한국노총에서 사무처장까지 역임하는 등 노동계의 현안에 밝다고 평가다. 특히 이 후보자는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과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사회적 대화로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있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도 몸 담아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도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 후보자를 발탁한 배경에 대해 “(이 후보자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도 “청년 일자리 문제, 양극화 해소,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보호 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며 “노사의 신뢰를 토대로 (여러 현안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단 노동계와 달리 경영계가 우려하는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동조직에 대한 경험도 없이 서울대 졸업하고 바로 노총에 들어온 게 신기했다”며 “한국노총에서 정책 브레인으로 통할 정도로 일만 한 후배”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노동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탁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 하마평에 오른 적이 없는데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국회의원과 노동학자, 고용부 전직 관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노동계 출신 고용부 장관도 김영주 전 장관, 방용석 전 장관 등 손에 꼽을만큼 드물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윤 정부가 예고한 친기업 정책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노동계 인사는 이 후보자에 대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함께 노사정 전문가로 평가된다”며 “새 정부가 사회적 대화의 동력을 얻었다고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