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뉴스에는 언제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쨌다더란 내용이 빠지질 않습니다. 외국인들이 팔면 증시가 출렁이기도 하고, 반대로 사면 확 오르기도 하고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비중이 27.1%니까 이들의 존재가 중요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들은 과연 어떤 이들인가? 한발짝 깊이 들어가서 파헤쳐 보겠습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님이 도움말 주셨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외국인들의 정체
①제임스, 마흐무드? 개개인이 아님
상식적으로 제임스랑 마흐무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수백억, 수천억원 단위로 한국 주식을 사진 않을 겁니다. 전세계 증시 중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개인이 아니라 대체로 외국의 기관투자자들입니다.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도 있고, 싱가포르투자청 같은 연기금도 있고요.
②어느 지역 출신인지 따져봐야
외국인투자자가 미국 출신인지, 중동 출신인지가 중요합니다. 왜냐면 지역별로 성향이 다르거든요. 미국 투자자들은 주로 글로벌 거대 투자은행(IB)이나 운용사고 코스피200 같은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를 합니다. 아부다비투자청 같은 중동 출신들은 아무래도 '오일머니'답게 스케일이 크고요.
그리고 룩셈부르크나 케이맨, 세이셸 이런 조세회피처 출신들은 보통 헤지펀드들입니다. 대출을 받아서 크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다음 환율, 금리, 각종 이벤트를 노려서 빠르게 한탕 하고 빠져나가죠. 기업 지배구조 이슈를 노리고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것도 대부분 이런 헤지펀드들이구요. 외국인들 출신 지역과 움직임은 금융감독원에서 매달 집계해 발표합니다.
③출신 지역 달라도 비슷하게 움직일까?
앞에서도 적었듯 지역별로 성향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중구난방입니다. 그래서 외국인투자자들을 통으로 묶어서 순매수, 순매도 금액과 추이를 보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환율, 금리는 영향을 미치죠.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상 오를수록 환차손이 커지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순매도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외국인 따라하기, 의미는 없지만...
④그럼 흉내내기 투자...안돼?ㅠㅠ
역시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MSCI 월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많이 순매수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게 순전히 지수 상승을 전망하고 산 걸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기관)은 '스왑 거래'를 많이 하거든요. 스왑 거래는 정해진 조건대로 주식, 이자율, 환율, 금리 등을 교환하는 계약을 뜻합니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미리미리 계약을 맺어둬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원하는 수익을 내거나 혹은 위험을 회피(헤지)하려는 목적입니다. MSCI 월드 ETF가 오를 거란 전망에 따라 샀을 수도, 혹은 위험 회피를 위해 샀을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했다'는 결과물만 보고 그 방향성을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시장 방향성과 상관 없이 위험 회피 등의 목적으로 거래하는 규모도 어마어마하니까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크게 의미를 두긴 어렵습니다.
⑤업종이랑 종목 순매수, 순매도도 의미 없을까?
역시 크게 의미는 없지만 그나마 눈여겨볼만 합니다. 기계적인 수급 논리 때문이죠. 큰 손들이 많이 산 업종은 매수세가 강하단 이야기고 매수세가 몰리는 업종은 오르기 쉽거든요. 딱 그것만 보면 됩니다.
⑥결국 우리 증시는 외국인 때문에 흔들리는 갈대?
좀 애매한 문제입니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외국인 비중이 높은지 낮은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높은 편이 아닐 겁니다. 홍콩 펀드매니저랑 얘기해 봤는데, 아예 한국을 안 담는 매니저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증시 매력도에 비해 시끄러운 일들(북한 리스크, 정치 등등)이 너무 많대요.
코스피 삼천, 사천 가려면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정리해 드리자면 외국인들의 행보를 지나치게 신경쓰고 따라할 이유는 없지만 그들의 매수세와 매도세가 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그들이 더 투자할 수 있는 증시를 만들어줘야겠죠. 그래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엄청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국부펀드는 MSCI 선진국 지수를 벤치마크(수익률 기준)로 삼거든요. 이 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아예 투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MSCI 선진국 지수가 너무너무 중요. 2021년 6월 기준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6430억달러(791조원·2021년 6월 기준). 액티브 자금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돈으로 4000조원이 넘습니다.
외국인 말고 국내 기관, 개인투자자들도 증시로 더 끌어들여야 합니다. 증시에 매수세를 불러일으켜야 코스피 삼천, 사천까지 갈 수 있겠죠. 국내 자금은 펀드 비과세 혜택, ETF 장기보유시 세제혜택 같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금 혜택을 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펀드와 ETF에 투자할 테니까요. 그렇게 제도를 보완해서 우리 증시가 쑥쑥 오르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