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의사결정 지연에…파운드리·바이오신약 대형투자 차질

[위기의 삼성]

대형 M&A도 휴면상태

메모리·바이오 CMO 세계 1위지만

특유의 신사업 발굴 움직임 없어

현대차-전기차·SK-수소와 대조








삼성은 반도체·바이오 사업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회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텔을 따돌리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에 올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은 국내 여타 대기업과는 달리 ‘다음’ 먹거리를 발굴하는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없이는 삼성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17일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5949억 5200만 달러(약 732조 원)의 매출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독보적인 메모리반도체 강자다. 1980년대 반도체 불모지인 한국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이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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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CMO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 5680억 원, 영업이익 5373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익률은 34.2%에 이른다. 11년 전 반신반의했던 바이오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린 뒤 따낸 값진 결실이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는 특유의 먹거리 발굴 감각과 적극적인 투자가 장점이었던 삼성전자의 모습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현대차그룹·SK그룹 등 국내 다른 대기업들이 총수를 중심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폭발적인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라인을 갖춘다. 2019년 로봇 사업 전담 로보틱스랩을 구성하고 2020년에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봇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로 선정했다.

SK그룹은 에너지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미국 원전 벤처기업 테라파워 지분 투자에 나선다. 전기차 배터리·수소는 물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육성에도 공격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사업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모든 사업에 직접 진출할 수 없기에 스타트업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M&A가 필요하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속도감 있는 투자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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