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서경이 만난 사람] 천세창 옴부즈만 "기술패권은 결국 'IP 전쟁'…특허청→지식재산청 확대 개편을"

[서경이 만난 사람-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美·유럽·日은 'IP 컨트롤타워' 갖춰

기업도 과감한 투자로 시장 주도해야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혁신촉진 옴부즈만./오승현 기자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혁신촉진 옴부즈만./오승현 기자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부터 시작해 동서고금의 흥망성쇠를 보면 특허 등 지식재산(IP) 정책을 잘 추진한 곳이 결국 패권을 차지했어요. 차기 정부에서는 산학연과 범부처를 아울러 국가 IP 전략을 총괄할 지식재산청을 신설하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천세창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차관급)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이자 요즘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벌이는 기술주권 경쟁은 사실상 IP 전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1980년 유전자 조작 미생물, 1981년 소프트웨어(SW)를 각각 특허 보호 대상으로 편입한 뒤 오늘날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패권을 차지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장롱 특허’를 더 이상 양산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대학은 특허를 통해 1995~2015년 자국 국내총생산(GDP)에 5910억 달러어치를 기여했다(AUTM 조사)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산학연이 보유한 특허 활용률이 40%에 그치고 이 중 대학과 공공 연구소에서 나오는 특허의 산업 활용도는 더 낮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기업들의 특허 전략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기업은 LG화학이 얼마 전 한양대의 배터리 특허를 수백억 원에 매입한 것처럼 국내 산학연과 중소·벤처기업의 특허에 과감하게 비용을 지불하며 국내 IP 혁신 생태계를 선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특허도 적극 확보해야 한다”며 “중소·벤처사는 자체 IP 조직을 정비해 독일의 히든 챔피언처럼 ‘킬러 특허’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 가치를 기반으로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특허 금융시장을 미국·중국·유럽처럼 활성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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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고정식 특허청장과 호흡을 맞춰 IP 정책 총괄과장으로서 기획했던 IP 중심의 기술 획득 전략(IP-R&D)을 소개하며 국가 특허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생소한 접근이었지만 약 5억 건에 달하는 전 세계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특허전략개발원’을 설립했다”며 “산학연 입장에서 경쟁 기업과 연구기관·연구자들이 어떻게 미래를 보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IP-R&D 전략은 산학연 전반적으로 통찰력을 갖고 연구개발(R&D)과 미래 전략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도 국가적으로 IP-R&D에 쏟는 돈이 산학연 전체 R&D(약 110조 원)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미국·유럽 등 특허 선도국은 R&D와 미래 전략 수립 초기부터 IP-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IP-R&D 사업이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로 진행될 뿐 산학연 스스로 R&D 방향 설정 등 제대로 된 IP 역량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IP 정책이 부처별로 특허와 저작권 등이 분절돼 있어 ‘지식재산청’을 신설해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현재 특허청은 산업재산권(특허·상표·디자인권·영업비밀 등),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농식품부는 품종 보호권 등을 관할한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 직속의 지식재산집행조정관(장관급), 일본은 총리 직속 지식재산전략본부, 영국은 모든 IP를 관장하는 지식재산청이라는 IP 컨트롤타워를 각각 두고 있다.

천 옴부즈만은 “우리나라도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특허청을 지식재산청으로 확대 개편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에서 총리실로 이관해 지식재산청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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