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에 전국 고검장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검수완박 저지를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검사들이 법안 거부권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단체 호소문을 보내기로 한 데 이어 19일에는 전국 평검사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른바 ‘검란(檢亂)’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고검장들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검수완박’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성진 대검 차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들은 앞으로 세부 대응 계획 등을 논의했다. 회의는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 갑작스레 면담을 진행하면서 오후 4시께 마무리됐다. 다만 박 차장을 비롯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은 문 대통령과 김 총장 사이 면담 결과에 따라 검찰 안팎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자리가 마무리된 후 입장을 냈다.
고검장들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총장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향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의견을 적극 개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드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일각에서 제기된 ‘일괄 사퇴설’에 대해선 일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총장 사의와 전국 고검장 긴급회의를 필두로 검사들의 집단 반대 움직임이 한층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들이 문 대통령과 박 의장에게 검수완박 법안을 반대해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19일에는 전국 평검사회의까지 예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보려고 한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호소문은 20일까지 취합한 뒤 문 대통령과 박 의장에게 각각 전달될 예정이다. 또 전국 평검사 150여 명이 서울중앙지검에 모이는 전국 평검사회의에서는 앞서 고검장회의나 지검장회의와 달리 현 지휘부에 책임을 묻는 성명 발표나 평검사들이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검사가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2020년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사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