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생들이 줄넘기 시험을 보고 있다. 체육은 중국 고교 입시 필수 과목 중 하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중국 수도 베이징시에 사는 웨이씨는 최근 하나밖에 없는 8살 아들을 위해 시간당 1000위안(약 19만 원)에 이르는 스케이드보드 수업을 등록했다. 사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만찮은 수준의 비용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주요 대도시에 살고 있는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수년 내 체육 사교육에 100만 위안(약 1억9,316만 원)까지 지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체육 사교육 시장만은 ‘무풍지대’인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중국의 코로나 규제 여파로 지난 3월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체육 사교육 지출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미 시장에선 사교육 훈풍이 시작된 지 오래다.
베이징에서 체육 사교육 시설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올해 겨울 스키 교실에 참가한 학생은 700명으로 80명이었던 2년 전 대비 9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덕분에 체육 사교육 시장이 덕을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7월 초중학생이 다니는 학원 규제를 강화했다.치솟는 학원비를 통제해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 출생률 감소를 막겠다는 포석이었다.
이 때문에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은 주말에 학원을 열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단순히 풍선효과로만 치부하기엔 현재 중국의 체육 사교육 열기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중국의 교육 분야 조사 회사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초중학생을 키우는 가구를 조사한 결과 60%가 넘는 가정이 체육 관련 사교육에 연 1만 위안(약 193만 원)에서 5만 위안(약 966만 원)까지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일부 응답자들은 수년내 100만 위안까지 쓸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시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한 학생이 수영을 배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중국에서 체육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고교 입시에서 체육이 국영수와 함께 필수 과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10월 고교 입시에서 차지하는 체육 과목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베이징시는 지난해 말 기준 30점 만점의 체육 점수를 7~8년 동안 70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미 광저우시는 고등 학교 입시에서 줄넘기 시험 만점 기준을 지난해 1분에 176회에서 182회로 강화했다.
입학 시험에서 차지하는 체육의 비중과 난이도가 높아진 것이 교육열에 불을 붙인 것이다. 국영수 학원에 대한 규제가 체육 수업에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은 맞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교육열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체육 사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1300억 위안(약 25조 1,251억 원)으로 지난 2020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는 “오랜 산아 제한으로 자식이 많지 않은 중국은 교육열이 높은 국가”라며 “아직 체육은 규제 대상 밖인 만큼, 향후 수요 증가에 따라 요금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