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푸틴의 플랜 B 좌절시켜야

■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키이우 점령작전 실패로 끝났지만

남부 함락되면 몰도바도 무사 못해

흑해 집결 중인 러 해군 막으려면

서방의 과감한 군사지원 이어져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용맹스러운 응전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건 두루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점차 커지는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실패로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를 겨냥한 모스크바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해안 접경지를 통째로 잃게 될 뿐 아니라 토막 난 국토의 3면이 고스란히 모스크바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고도 과감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칸 카사포글루는 허드슨인스티튜트의 요청으로 작성한 에세이에서 전쟁 초기 몇 주간의 전황을 설명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 2건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중 후자가 모스크바에 훨씬 성공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 기지에서 병력과 물자를 빼내 마리우폴과 헤르손을 장악할 수 있다.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됐고 그 안에 갇힌 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재보급조차 받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의 아조우해 접근로는 완전히 막혔고 카사포글루의 지적대로 러시아군은 크름반도에서 돈바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육상 통로를 확보했다. 지금 러시아는 헤르손에서 오데사까지 서쪽 방향으로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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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장에서 오데사는 대단한 전리품이다. 만약 이곳이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국이 되고 흑해는 러시아의 앞마당 호수로 변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자국어 사용자들이 절대 다수인 옛 영토 몰도바에까지 무력 사용을 확대하려 들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맹렬히 저항하고 있다. 이번 주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넵튠 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해 러시아의 미사일 순항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의 방위비가 우크라이나 국방 예산의 10배에 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군사작전을 이어가기로 작심한 듯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여기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우선 현재의 모든 지원 조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막강한 비대칭 전투력을 갖출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의 취약점과 우크라이나의 강점을 정확히 예견했던 마크 허트링 예비역 소장은 움직임이 둔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기민한 작전을 펼치는 데 필요한 군 장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리콥터, 무장 험비 차량, 다중로켓 발사 시스템과 모든 종류의 드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전쟁에서 터키가 제공한 드론은 놀랄 만큼 탁월한 성능을 과시했다. 허트링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가미카제’ 드론, 정보수집 드론과 함께 터키산 드론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흑해에 집결 중인 러시아 해군 역시 오데사에 커다란 위협이다. 러시아 해군은 오데사를 봉쇄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선 후방으로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 넵튠 미사일의 대대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을 막을 만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990년대 발칸 전쟁 당시 취했던 것과 유사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나토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도시로 진입해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러시아군이 재보급을 받지 못하도록 흑해 주변 해상을 봉쇄해야 한다. 나토 전함들은 공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며 접근하는 선박들에 나토군이 작전 중이라는 통지와 함께 작전 해역에 진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발령해야 한다.

전 나토 연합군 총사령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제독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까지 취한 조치들을 지지하면서도 모든 전선에서 보다 공격적인 서방 측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고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흑해의 ‘러시아 전함을 침몰시킬 수 있도록’ 대전함 미사일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 160억 달러 상당을 지원했다. 한편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올 한 해 동안 러시아에 지급할 대금은 무려 3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허점이 존재하는 한 경제 제재만으로는 전쟁을 끝내도록 푸틴을 압박할 수 없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유일한 압력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다. 푸틴의 플랜A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플랜B가 성공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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