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내일은 장애인의 날] “구글 택한 이유는 ‘다양성’…특별대우 없어요”

■韓 첫 장애인 구글러 이석현·서인호씨 인터뷰

비장애인 일반 전형서 경쟁 뚫고 입사

각각 광고주 지원과 AI 엔지니어 담당

"구글에서는 심리적 접근성 기본 바탕"

"장애인 역할 한정짓지 않고 방법모색"

국제표준 아닌 스크린리더 문제도 지적


“구글에서는 내가 장애인이라고 특별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다양성 중의 하나로 이해할 뿐입니다.”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담당 이석현씨)

“20년 넘게 장애인은 뭘 할 수 있는지 정해진 삶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뭘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 지를 생각합니다.” (구글 엔지니어 서인호씨)




구글 직원 이석현(29·왼쪽)씨와 서인호(26)씨가 18일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구글 직원 이석현(29·왼쪽)씨와 서인호(26)씨가 18일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




휠체어 장애인 이석현(29)씨와 전맹(全盲) 시각 장애인 서인호(26)씨의 이야기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18일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구글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과하게 관심을 받거나 주변에서 흘끔거리는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며 “장애인을 수혜의 대상이 아닌 같은 인격체로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구글에서는 사람마다 특성이 다 다르듯 선택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구글의 다양성 문화”라고 했다. 서씨는 이날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장에 간 관계로 화상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씨와 서씨 모두 일반 전형으로 쟁쟁한 경쟁을 뚫고 구글에 입사한 ‘구글러(구글 직원)’다. 구글에는 장애인 전형이 없다. 실제 이씨는 구글에서 비대면으로 채용을 진행해 굳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앞서 국내 방송국, 통신사에서 근무하다 정식 채용을 통해 지난해 7월 구글로 이직했다. 서씨는 1년 간의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돼 올 1월부터 출근했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구글 정직원으로 채용된 경우는 이씨와 서씨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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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장애인을 대하는 한국 기업과 구글의 다름을 ‘심리적 접근성’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접근성(accessibility)이란 신체 특성이나 나이, 지식 수준 등 장벽 없이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기술 편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말한다. 이씨는 이러한 물리적 접근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심리적 접근성이라는 내재적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나 때문에 복도에서 소음이 나지 않나, 바퀴로 벽을 긁거나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나 온갖 걱정을 하게 됩니다. 무심코 사람들이 건네는 시선도 신경쓰이긴 마찬가지죠. 그런데 구글에서는 심적으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마치 눈이 불편하면 안경을 쓰듯 장애는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가지는 하나의 특성이라고 봅니다.”

왼쪽부터 이석현씨와 서인호씨.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왼쪽부터 이석현씨와 서인호씨. 사진 제공=구글 코리아


서씨는 국내에서 열악한 또 다른 문제로 ‘정보 접근성’을 지적했다. “시각 장애인은 컴퓨터를 쓸 때 화면에 무슨 내용이 떴는지 알려주는 ‘스크린 리더’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런데 웹 접근성에서 뭘 지켜야 하는지 정한 국제 표준이 있는데도 한국은 한국만의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스크린 리더가 ‘줌’이라든지 ‘구글독스’ ‘G메일’ 등 외국 서비스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국내 시각 장애인들은 한국형 스크린 리더에 갇혀 다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씨는 한국형 스크린 리더의 한계 때문에 구글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외국 스크린 리더를 새로 배워 강제로 쓰다시피 했다”며 “한국인 시각 장애인이 나 혼자여서 하나하나 스스로 익혀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시절 다뤘던 코딩은 잘해야 코드가 수 만 줄이었는데 구글에서 접한 코드는 분량이 수 백만 줄에 달해 고역이었다. 서씨는 “가뜩이나 국제 표준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는데 소화해야 하는 업무량이 차원이 다르게 방대해지며 ‘멘붕’에 빠졌었다”고 했다.

서씨가 갖는 앞으로의 목표는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구글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인턴 당시 3명 팀에 소속돼 있다가 정규직 전환 후 더 큰 40명 규모 팀으로 옮기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씨는 “이전에는 내 개인 미션에 쏟은 시간이 하루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팀 동료들의 일을 함께 고민하는 업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번 미국 첫 출장을 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정말 좋은 엔지니어, 개발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큰 자극이 됐다”며 “구글에서 잘 버티고 잘 해서 다른 시각 장애인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할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의 MBTI가 ENTJ(대담한 통솔자)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도전적이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것이 나의 모습”이라며 “실패하거나 포기할까 고민할 때마다 한 번 더 해볼까에 방점을 찍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에서 장애인의 위치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가기 위한 문턱에 선 단계라고 본다”며 “장애를 가진 분들 중 여전히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어렵더라도 모두가 다같이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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