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여의도 IFC를 품을 강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금리 변동성이 커졌는데도 계열사들이 잇따라 출자 확약서를 써내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덕분이다. 3년 전 미국 호텔 인수가 불발 되면서 돌려받은 자금도 IFC 매입에 투입한다. 한국의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한복판 특급 호텔을 인수하겠다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후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이번 여의도 IFC 매입을 위해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0년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내 15개 고급 호텔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돌려받은 계약금이다.
당시 미래에셋그룹은 뉴욕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호텔과 와이오밍주 잭슨홀 포시즌스 호텔, 샌드판시스코 웨스틴세인트프란시스, 로에스 산타모니카 비치호텔 등 안방보험이 보유한 고급 호텔과 리조트 15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일부 자산의 소유권이 불명확한 등 매도인의 실책이 불거져 거래를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박현주 회장의 '호텔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과거 포시즌스 호텔을 인수하면서 "최고 입지에 위치한 고급 호텔은 불황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3년 호주 시드니와 서울 포시즌스 호텔을 시작으로 보유 호텔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2015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을, 2016년에는 와이키키 하얏트 리젠시 호텔&스파를 매입했다.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2017년)과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 호텔(2018도) 미래에셋 그룹 소유다. 현재 전라남도 여수의 작은 섬인 경도에 6성급 리조트 호텔과 빌라, 물놀이 공원 등을 건설하는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모로코처럼 경도를 '한국의 모로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후 코로나 여파로 하와이 등 일부 호텔 자산을 매각하기도 하지만 일찌감치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번 IFC 인수 역시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입지에 위치한 '슈퍼 코어' 자산으로 평가받는 오피스 빌딩도 매력적이지만 함께 매각하는 콘래드 서울 호텔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총 38층, 9만1250㎡(약 2만7225평)에 달하는 콘래드 서울 호텔은 서울 특1급 호텔 중에서 인천·김포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입지에 위치해 있다. 여의도 공원과 IFC 몰, 더현대 등이 도보 10분 안팎에 있고 코너 스위트 룸에서는 한강 전망을 18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월드 마이스 어워즈(World MICE Awards)에서 한국 최고의 MICE호텔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어느 곳에도 콘래드 서울 호텔 만큼 규모 있는 부지가 없다"며 "코로나 여파가 물러가면서 고급 호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 수익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베팅이 IFC 인수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지분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금융채(3년물 기준) 금리는 이달 한때 4%를 돌파했다. 불과 1년 전 1.88% 수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IFC 몸값이 크게 뛴 데다가 대출 금리까지 급등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자금력이 좋은 계열사들이 전면에서 위험을 받쳐주면서 선순위 투자자를 구하기도 비교적 쉬워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