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가 11년만에 처음으로 줄어들며 주가가 25%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고, 광고를 보는 대신 더 저렴한 구독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심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적자 늪에 빠져 있는 국내 OTT 업황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19일(현지 시각)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글로벌 유료 가입자 수가 2억2160만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20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유료 구독자가 250만 명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고, 지난해 1분기 유료 구독자 증가 수는 398만 명에 달했다. 넷플릭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함에 따라 이용자 70만 명이 감소했다”고 부연했지만, 전쟁 여파를 제외하더라도 이용자 증가폭은 50만 명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당시 구독자 감소는 OTT 유료화에 따른 여파였다.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구독자가 줄어든 셈이다. 넷플릭스 1분기 매출 또한 시장 전망치인 79억3000만 달러를 밑도는 7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5% 이상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주주서한을 통해 “매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됐다”며 “오리지널 작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격화돼 성장에 역풍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증가가 둔화되자 넷플릭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공유 금지’ ‘광고 요금제’ 등을 도입할 태세다. 넷플릭스는 지난 달부터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 등 남미 지역에서 동거하지 않는 계정을 공유하는 데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계정 공유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넷플릭스 회원 중 계정 공유자는 1억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광고를 보는 대신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가능성도 점쳐진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그동안 광고를 통한 복잡함보다 구독을 통한 간명함을 선호했지만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향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무(無)광고 외 다른 요금제 출시 의사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따른다.
글로벌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성장 한계를 맞으며 시장 격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즈니+·HBO맥스·아마존 프라임 등 초대형 OTT들이 넷플릭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격화하며 각 사 모두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시즌·왓챠 등 국내 7대 OTT 월 실사용자(MAU·안드로이드 기준)는 총 1986만 명으로 지난해 11월에서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형 성장과 함께 적자폭도 커지고 있는 국산 OTT들은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28%, 750% 늘었지만 동시에 영업손실이 각각 230%, 1130% 대폭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는 가입자 확보·요금 인상 외에는 추가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며 “출혈경쟁보다는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