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장 탈당 꼼수까지 동원한 ‘범죄 방치법’ 강행 무리수


전국 검사를 대표해 회의를 가진 평검사 207명이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범죄 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들은 “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는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검찰 수사 무력화에 대해 항의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우려한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김형두 차장은 전날 국회 답변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의 수혜자로 꼽히는 경찰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한 현직 경찰관은 “처리하는 사건보다 쌓이는 사건이 많아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검찰의 표적·과잉 수사 통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다섯 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자신들의 비리 덮기가 검수완박의 당초 목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보임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이동시켰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자 자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법사위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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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당초 예정됐던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해 대치 정국에서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70여 년간 이어져온 형사 사법 체계 변경을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어긋난다. 또 대안 없이 검찰 수사권 박탈을 밀어붙이면 혼란이 벌어지고 선량한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박 의장은 여야 양측을 설득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진정한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긴 의장으로 기록되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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