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고 정치인은 그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를 보면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포기한 채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비슷한 정치를 하고 있죠. 답답하고 지겹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치인(젊은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정치판에 ‘젊은 정치’를 외치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20대 젊은이가 있다. 유권자와 함께 우리 동네 젊은 정치인을 키우는 것을 모토로 내건 정치 에이전시 ‘뉴웨이즈’ 박혜민(29·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뉴웨이즈는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생 에이전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에는 국민의당을 비롯한 7개 정당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청년 후보자들을 추천하고 있다. 이렇게 추천된 후보자 수가 벌써 130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기존 정치인에게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실상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양성의 부재 역시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2018년 지방 기초의원 선거에서 39세 이하 유권자는 전체의 34%에 달하지만 당선자는 5%에 불과했다. 반면 50대 이상의 당선자 비중은 73%에 달한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청년이 겪는 경제적 불안이나 우울 같은 것을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연령별 다양성이 이뤄지지 못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이 이뤄지려면 기초의원들의 연령별 구성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분석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청년 정치인들, 즉 ‘젊치인’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말이 통하고 경험한 것이 비슷한 청년 정치인들이 존재한다면 더 나은 정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39세 이하 청년들이 정치의 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를 가로막는 현실 정치의 장벽은 너무 높다. 정치인의 가장 큰 목적은 당선이다. 당연히 당에서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정당들은 공천 직전 관련 절차를 공지한다. 당 지역위원장이나 유력자들을 제외하고 사전에 선거를 준비하기 힘든 구조”라며 “줄서기 정치라는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인물만 바뀌면 정치가 변화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수십 년간 지속된 공천 시스템이 사람 한 명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공천 정보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공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정치 문화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현역 기초의원 18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코치단의 조언을 바탕으로 출마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를 만들고 청년 예비 정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1만 500명 규모의 유권자와 청년 후보자를 연결하는 캐스팅 매니저 그룹도 만들었다.
박 대표의 목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젊치인의 당선자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미래에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권은 청년을 동료가 아닌 정치의 도구로 이용해 왔다”며 “우리의 시도가 계속된다면 이러한 행태도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벨탑을 쌓는 말하기를 하지 않고 다리를 잇는 말하기를 하자.’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한다면 70대건 80대건 누구나 함께하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젊은 정치를 2030세대와 기성세대 간 대결로 규정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내 편 네 편 갈라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해야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며 “정치는 혐오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고 사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