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물가지속 판단에 1년 허비한 연준…美 국채에 밀려드는 해외투자자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국채금리 하락에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분기 가입자 수가 20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온 넷플릭스 주가가 -35%가 넘는 대폭락을 기록하면서 나스닥이 1.22% 하락했는데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062% 내렸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1% 상승 마감했습니다.



넷플릭스에 관해서는 데가스 라이트 데카투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넷플릭스는 프라이싱 파워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빠져나오기를 원하는 회사”라고 했고, “넷플릭스 주가가 당분간 이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인 만큼 저가매수를 하지 마라”는 조언까지 나왔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은 미 국채금리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10년 물도 3%를 눈앞에 두고 내려왔는데요. 오늘은 미 국채금리가 떨어진 이유와 물가 지속세를 판단하는데 1년을 허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0년물 미 국채 간접 낙찰률 75.9%…“10년 물 3% 간다” vs “결국 2.25%로 내려간다”


한동안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연준의 공격적 긴축 가능성에 국채금리가 오르고 증시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어제도 그랬습니다.

이날은 미 국채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3%를 돌파했던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2.87%선까지 떨어졌고 3%를 눈앞에 뒀던 10년 물은 2.84%까지 내려왔습니다. 단기물도 하락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인데요.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10년 물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3%를 넘을 수 있고 이 경우 3.25%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전해드렸지만 장기 국채는 수급이 중요한데 금리수준이 올라가면 수요가 증가해 다시 금리가 내려오는 과정을 거칩니다. 오를 때도 계속해서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졌다가 오르는 형태죠.

실제 이날 금리하락에는 대규모 수요가 있었습니다. 먼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사기에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불을 붙였는데요.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이번 분기에 피크를 치면서 10년 물이 장기적으로 2.25%로 내려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지금 사야 한다는 뜻이죠.

미 국채에 해외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다시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미 국채에 해외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다시 하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미 구채 20년 물 채권 입찰이 있었는데요. 발행금리가 3.095%였는데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의 수요인 간접 낙찰률이 무려 75.9%에 달했습니다. CNBC는 “이 정도 수준의 간접낙찰률을 본 적이 없다”며 “일본을 포함해 해외투자자들의 자금이 쏟아졌다”고 했지요.

금리가 3% 수준에 이르다보니 명목금리가 중요한 투자자들이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겼을 겁니다. 금리와 환차익을 노리는 캐리 트레이드 수요도 있을 거구요.

이처럼 계속되는 수요에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10년 물 국채금리가 전반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오는데요. 루이스 코스타 씨티 전략가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몇 달 내 3%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급등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파급 여파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후자 쪽에 기웁니다.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쳤다고 해도 당분간은 연준이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긴축(QT)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경기둔화나 침체 우려가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3%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은 “최근 지정학적 진전 상황과 치솟는 물가로 인한 불확실성이 미래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운다”고 했죠.

앞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10년 물 물가연동채권(TIPS)가 2년 여 만에 잠시 플러스로 전환하기도 했는데요.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수급과 함께 단기, 중기, 장기 전망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기엔 오르다가 중장기로 하락한다는 예상이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이죠.

“2020년 후반께부터 물가상승세 고착화”…결론: 연준도 정확히는 모른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인플레이션의 지속화: 얼마나 되고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지속적인지를 알아보는 건데요.



연구자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서 에너지와 식품 같은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근원 PCE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고차 가격처럼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조정해 분석을 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인 산출공식은 나와있지 않지만 어쨌든 변동성과 일회성 요인을 모두 제거한 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지를 알아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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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아래 표인데요. 파란색이 변동성을 모두 제거한 것이고 검은색은 전년 대비 PCE, 점선은 전월 대비 PCE입니다. 파란색 주변의 회색영역은 오차범위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2020년 가을께부터 파란색이 명확하게 우상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보고서는 “푸른선은 2016년 초부터 2020년 말까지 2%에 가까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2020년 중반부터 2022년 2월까지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펼 때 늘 중고차 같은 가격상승이 일회적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변동성과 일회성을 모두 제외하고도 2020년 가을께부터는 인플레가 지속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죠.

연준이 이를 최종적으로 시인한 것은 지난해 12월입니다. 파월 의장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다른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할 때까지 1년가량을 지켜본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사전적 대응에서 사후, 데이터 확인으로 바뀐 뒤여서 더 그럴텐데요.

추가로 지난해 중반부터 검은선이 파란선보다 높은데 그 차이만큼이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영역차이만큼이 일회성 요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다른 요인이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 정도만큼은 나중에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팬데믹 기간 동안 파란선보다 검은선이 아래에 있는 것은 셧다운(폐쇄)으로 일회적 마이너스 요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아래의 그래픽은 인플레이션 구성요소를 내구재와 비내구재, 서비스로 구분해본 겁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볼 때 모든 항목에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이후에는 서비스 분야 인플레이션이 커지고 있죠. 보고서는 “지금의 물가상승세는 한 부문이나 특정분야의 상승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라며 “물가상승은 처음에는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가 지금은 광범위한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는데도 연준이 최종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인데요. 최소 지난해 중반 정도되면 추세가 확연히 나타나는데요 말이죠.

물론 이는 사후적 판단이긴 합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연준도 잘 모른다는 뜻이 됩니다. 알게 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구요.

지금도 연준은 연착륙을 얘기하지만 상당 수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지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인플레가 처음에는 일시적이었지만 나중에는 지속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종합하면 연준의 말을 믿되 완전히 믿으면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누구도 정확히 경기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항상 확신보다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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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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