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이동통신 시장의 이슈였던 ‘주파수 추가 할당’과 ‘알뜰폰 제도 개선’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통사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이 가까워지자 이러한 이슈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새정부가 들어서는 5월 부터는 이동통신 3사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사의 주장을 입증 하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데이터를 앞세우거나 통계 해석의 오류도 빈번히 일어나면서 이통사들간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보도됐던 5G 무선국 관련 기사를 둘러싼 이통사와 과기정통부의 대응에서 더욱 날카로워진 신경전 양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전체 5G 무선국 중 실외 용도인 기지국이 94%인 반면 실내용인 중계기는 6%에 그친다면서 이통사들이 체감 품질과 직결되는 음영지역 해소와 속도 향상은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이통사들과 과기정통부는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이통사 입장에서 5G 관련 품질 논란은 가장 아픈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보도를 받쳐주는 데이터 출처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과기정통부와 이통업계라고 밝혔다. 실제 이 기사가 나간 후 과기정통부 홈페이지에서 관련 데이터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통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통3사 모두 해당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관련 기사를 다른 매체들도 함께 보도하면서 이통사들은 억울함을 넘어 비난의 대상을 찾아 나섰다. 해당 기사 뒷부분에 나온 ‘주파수 추가 할당’ 정책이 업계 갈등으로 늦어지면서 투자가 지연됐다는 부분을 들어 이통사들은 LG유플러스(032640)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추가 할당을 원했지만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형평성 문제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면서 차기 정부로 정책 결정이 넘어간 상태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부족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나서려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새정부에 자신의 주장을 각인 시키기 위해 여론전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분명한 데이터를 통해 업계 모두에 상처가 되는 부분을 끄집어 낼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LG유플러스는 “관련 멘트를 전한 적은 있지만 해당 데이터를 제공한 적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례적으로 해당 보도에 대한 입장을 빠르게 냈다. 과기정통부는 당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과기정통부는 실외용, 실내용 무선국 관련 통계자료를 발표하거나 제공한 바 없다”면서 “과기정통부는 ‘기지국’과 ‘중계기’를 실내·외용으로 구분해 통계를 발표한 바 없고, 해당 기사의 통계자료도 과기정통부 출처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이통3사도 해당 자료를 제공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해당 데이터에 대한 출처는 미궁속으로 빠진 채 이해당사자간 신경전으로 서로 상처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신속한 정책 판단을 하지 않고 다음 정부로 미룬 관계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이통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5G 가입자들이 품질 불량에 대거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전환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결국 통계 해석의 오류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비난은 온전히 이통사들의 몫으로 남았다”며 “정부도 오랜기간 검토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책 판단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면서 또 다시 비난의 화살은 이통사들의 몫이 됐다”고 토로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추가 할당은 올 2월, 알뜰폰 관련 정책은 3월에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