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처럼 한국에서만 많이 발생하는 암은 신약개발 성과가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들을 살리려면 한국 연구자들과 병원, 기업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죠."
정준호(사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경제와 만나 "앱클론(174900)과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기술력을 활용하면 위암, 췌장암과 같은 난치암 정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동연구 협약에 따라 국립암센터와 앱클론은 클라우딘-18.2를 대상으로 하는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정 교수는 CAR의 구성체 중 항체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CAR-T 세포치료제는 국내 2상 임상까지만 진행해도 되기 때문에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적다"며 "항체의약품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기업들이 선도하기에 최적화된 분야"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세포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설비만 구축된다면 CAR-T 세포치료제의 비용과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2년 내에 클라우딘-18.2 대상의 CAR-T 세표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고 3년차에 환자 투약을 진행하는 게 목표"라며 "국립암센터와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CAR-T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손꼽히는 항체의약품 개발 권위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세포주 개발을 비롯해 앱클론, 뉴라클사이언스 등 다수 항체신약개발 전문기업들에게 협력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앱클론이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중 두번째로 CAR-T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는 데도 정 교수의 도움이 컸다.
앱클론의 ‘AT101’에 정 교수팀이 개발한 유니버셜 플랫폼이 접목되면서 당시 CAR-T 세포치료제의 치명적 한계로 지목되던 독성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기존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죽였다면 유니버셜 CAR-T는 기존 CAR-T에 매개체를 추가함으로써 암세포를 정확하게 표적해 제거한다.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매개체의 투여량 조절이 가능해 적용 가능한 질환도 다양해졌다.
정 교수는 "CAR-T 세포치료제가 백혈병, 다발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에서 완치에 가까운 치료성과를 나타내면서도 좀처럼 고형암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CAR-T 세포치료제 6종 가운데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얻은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정 교수는 "획기적 치료제가 없는 위암과 췌장암에 특이적으로 과발현되어 있는 '클라우딘18.2' 항원이 난치성 고형암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