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내년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이숙경 예술감독 기자 간담

"물, 이질성·모순 수용 속성 지녀

예술의 가치 탐구하는데도 적합"

물은 전환과 회복 은유…지구적 저향 연대 강조





“내년 4월에 개막할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입니다. 물은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속성이 있기에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하는 데도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처음 공개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공교롭게도 ‘물’ 이야기다. 이숙경(사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0일(현지 시간) 저녁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국내외 주요 미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감독은 ‘도덕경’ 78장에 등장하는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주제어를 차용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약한 것이 물이지만 그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물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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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보고 지구와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문제가 필요로 하는 공통된 행성적 관점에 주목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대해 예술적 실천을 통해 접근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이 가진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내세우고 “이를 원동력으로 전 지구를 저항·공존·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하고자 한다”는 의미도 덧붙였다.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이 같은 주제와 함께 ‘예향’이라는 광주의 역사적 정체성에도 주목할 계획이다. 서예·수묵화·판소리·칠기 등의 예술과 공예의 문화적 뿌리에서 영감을 끌어내 “서로 달라 보이는 전통과 문화 속에서 ‘초문화적 유사성’을 찾아보면서 국경을 초월한 연결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광주비엔날레로서 더욱 사명감을 지니고 광주비엔날레만의 차별화된 담론을 발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베니스=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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