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자동차로 붐볐던 서울시청 앞의 교차로가 이제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분수에서 뛰어놀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서울광장’으로 드라마 같은 변화를 이뤘다. 서울 청계천,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뉴욕 하이라인도 기존 도시 기반 시설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생활 편의 시설로 전환해 도시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도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도시 기반 시설은 시민들이 도시에 살면서 누리는 혜택이다. 지난 산업혁명 이후 근대도시를 상징하는 철도와 도로, 그리고 상하수도·전기·가스 공급망 등 ‘하부구조(infrastructure)’에서 비롯된 도시 기반 시설은 오늘날 도시 활동 전반의 기초 기능인 공항·학교·병원 등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기능과 기술 중심으로 조성된 도시 기반 시설은 도시 발전에 장애가 되거나 도시 공간의 단절로 시민들의 삶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가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시민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이 더해진 버스 정류장과 정보 제공형 가로 시설물로 진화하고 보도와 벤치·화단·녹지의 기능 복합화를 시도하면서 시민 생활에 가까이 가고 있다. 특히 도시 발전에 걸림돌인 도시 외곽의 철도차량 기지, 고가도로와 철도·항만 등이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시 공간 자원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일부 시설에 국한됐던 도시 기반 시설의 변신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들어서면서 생활 편의 시설로의 전환과 융합으로 보다 빠른 속도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필요로 하는 모든 도시 활동을 지원하는 5세대(5G) 첨단 통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스마트 도시 기반 시설’이 도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스마트 도시 기반 시설은 도시 기반 시설을 고도화·지능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도시 기반 시설의 문제로 나타난 과도한 공간 점유를 축소하고 공간 단절을 입체적 활용과 복합화로 해결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이와 함께 생활 편의 시설과 융합해 도시를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첨단 기술을 놀라워할 수는 있으나 그 자체에 감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감동하는 좋은 도시 환경은 강력한 첨단 기술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시민 삶의 질을 지향하는 도시 기반 시설의 스마트화는 도시 계획에서 가장 상위에 둬야 할 과제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또 장기적인 세수 증가, 경제 유발효과와 함께 시민 편의와 도시 경쟁력이라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실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많은 관련 담당 부서의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특별한 계획과 통합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훌륭한 도구 중 하나가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이다. 스마트 도시 기반 시설을 잘 활용하면 오랜 도시 기반 시설 문제를 시민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도시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