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학계 전문가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서 균형·견제가 가능한 형사 사법 시스템이 안착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각자 수사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수사권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공조·견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 등 사정 기관이 정치적 중립·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사제도 개혁, 상설 특별검사 활동 등이 제시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정 기관 사이 분업 체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며 “수사·기소 분리를 서두르기보다는 기관 사이 공조 체계를 마련할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검찰·경찰·공수처 간 수사권 관할이 확정되지 않아 혼란만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 직속의 수사권조정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한시적이라도 사정 기관 사이 수사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설립해야 형사 사법 시스템에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검찰 부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는 자체가 섣부르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우려된다면 상설·개별 특검 등 법적으로 명시된 기존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등의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반성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제대로 된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은 인사로 (수사에) 외부적 요인이 가해지면 가해질수록 (검찰의) 독립성을 유지되기 어렵고 수사 공정성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전 회장도 “검찰총장이 임명하는 게 아닌 인사위 내에서 큰 틀을 정하고 구체적 인사안까지 제안할 수 있어야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면서 대검찰청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대검은 국회에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여야 정치권과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이 앞서 형사사법 제도 개혁 과정에서 짧게는 7개월, 길게도 2년 동안 머리를 맛댄 만큼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검찰의 건의다. 또 특위 설치 때 개혁 ‘로드맵’을 보고하기 위한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 위원회도 내달 중 설치한다. 검찰 내 제 식구 감싸기 등 폐단을 막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대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실질·법제화와 전국 평검사 대표·검찰수사관 회의 제도화도 대책에 포함됐다.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 특임검사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