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ETF 몸집 불리는 은행…2400억 뭉칫돈 유입

"수익 저조 300조 퇴직연금 잡자"

상품 다변화로 수탁매매 적극

4대 은행 ETF 4만1600좌 가입

농협은행은 22일 시스템 오픈

대구·부산 등 지방銀도 속속 채비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300조 원’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수탁매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수탁매매에 들어간 신한·우리·KB 등 4개 시중은행은 잔액을 2,400억 원으로 키우며 퇴직연금 수익률 회복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이 선제적으로 ETF 수탁매매에 나서며 실적을 쌓아나가는 가운데 후발 주자인 기업은행·지방은행 등도 속속 ETF 상품 판매를 위한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4사가 출시한 퇴직연금 ETF의 가입 계좌 수는 18일 기준 총 4만 1666좌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 잔액은 총 2378억 원으로 앞서 4사는 지난해 말~올해 초 ETF 수탁매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사 퇴직연금에 ETF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은행들이 ETF 수탁매매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나치게 저조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0조 1000억 원(15.7%) 급증한 295조 6000억 원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0.58%포인트 하락한 2.00%에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1.35%에 불과해 은행권에서는 ETF·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을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금융 당국이 지난해 7월 은행의 ETF 실시간 매매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시중은행들은 가입자가 ETF 매매 지시를 하면 은행이 신탁 매매를 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4대 은행이 먼저 퇴직연금 상품 다변화에 나서자 퇴직연금 ETF 도입을 망설이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속속 시스템 갖추기에 나섰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아직 퇴직연금 ETF 시장에 나서지 않은 NH농협은행은 22일부터 관련 시스템 일부 오픈에 나선다. IBK기업은행 역시 ETF 수탁 매매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퇴직연금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은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개인형퇴직연금(IRP) 및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의 ‘전통 강자’ DGB대구은행은 연내 퇴직연금 ETF 출시를 목표로 6월부터 관련 시스템 개발에 들어간다. BNK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올해 하반기에 퇴직연금 ETF 사업을 본격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후발 주자는 대형사 및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은행들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 ETF 수탁매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사업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증권사를 통한 ETF 직접매매보다는 경쟁력이 약한 만큼 투입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두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계획은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액션을 어떻게 취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의 이 같은 퇴직연금 시스템 고도화 전략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실시되는 7월부터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폴트옵션은 IRP 혹은 DC형 가입자가 명확한 투자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포트폴리오에 맞게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알아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금융사별 연금 운용 능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ETF 등 펀드 상품군을 다변화한 은행 역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