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은행, 증권사 등 ‘큰손’들이 암호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에 투자를 결심하면서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VC)들이 암호화폐 전용 투자 펀드인 ‘크립토펀드’ 결성에 나섰다. 크립토펀드 결성에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던 출자자(LP) 모집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2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VC인 프리미어파트너스는 1000억 원 규모의 크립토펀드 결성 준비에 들어갔다. 법적 검토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대형 은행, 민간 기업 등과 출자를 조율하고 있다. 펀드가 결성되면 국내 VC가 운용하는 1호 크립토펀드가 된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펀드를 미국에서 결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에 크립토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대형 투자사와 공동 운용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국내 최대 VC로 꼽히는 IMM인베스트먼트는 해외 크립토펀드 출자자로 참여할 계획이다. IMM은 조만간 투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출자 여부와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
후발 주자들도 분주하다. TBT파트너스·DS자산운용 등은 국내 고액 자산가, 금융권 LP들을 중심으로 출자 의향을 파악하고 있다. 또 KB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등도 블록체인 관련 분야 투자에 높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크립토펀드 결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VC가 국내에서 직접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국내에 법적인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국내 벤처펀드의 경우 출자금의 60% 이상을 주식·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고 가상자산·NFT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조짐이 보이면서 시장은 국내에서도 크립토펀드 활성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유망 투자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증권사 등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LP들은 물론 연기금도 해당 분야 투자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VC들의 크립토펀드 결성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