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창용의 韓銀 '통화정책 울타리' 넘는다

[총재 취임 동시에 '중앙은행 역할 확대' 선언]

"저성장·고물가 복합위기 직면

'통화 테두리'에만 머물수 없어"

재정·구조개혁에 적극 관여 예고





앞으로 4년간 우리 통화정책의 방향키를 잡을 이창용(사진)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역할 확대’라는 화두를 꺼냈다. 이 총재는 21일 취임사에서 “우리가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들을 생각했을 때 한은의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며 한은의 외연을 확대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저성장·고물가의 복합 위기를 맞아 재정 정책과 구조 개혁 등에도 목소리를 내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오후 취임식을 거쳐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지 29일 만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고조되고 경기 회복세는 전망보다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과 물가의 상충 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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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기술 확보 경쟁과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같은 도전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총재가 중앙은행의 역할과 관련해 통화정책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 효과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 정책과 구조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법”이라며 “전문성의 울타리, 소통의 울타리, 국내에 안주하려는 울타리를 넘자”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때보다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며 “중앙은행으로서는 ‘물가 상승 제어’라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 위해라도 정책 당국과 협조적 스탠스를 잡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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