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일 등 부패권력에 예외없이 '직접 칼날'…"수사·기소 분리는 글로벌 역행"

[검수완박 무리수 후폭풍-<하> 검찰 중립·독립성 대안은]

日, 법무대신·닛산·록히드 사건 등

직접수사권 보장됐기에 검거 가능

美도 2년째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

'검수완박'은 되레 후진국형 체제

"中 형사소송법과 판박이"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2020년 7월 일본 검찰청 도쿄지검은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대신 부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가와이 전 법무대신이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히로시마현 의원 등 100여 명에게 2600만 엔(2억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히로시마지검이 먼저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고 두 달여 뒤 오사카지검과 도쿄지검이 합동 수사를 벌여 가와이 전 법무대신 부부를 체포해 구속 기소했다. 체포 당시 가와이 전 법무대신은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일본에서 전직 법무대신을 검찰이 체포한 첫 사례이자 현직 국회의원 부부가 체포된 첫 사례다.



#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세금 정산 내역 공개 거부 및 세금 사기, 보험 사기 등 혐의로 인지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세금 정산 내역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침해했다며 검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1심에 이어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소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를 2년째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떼어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 사법 체계 재편이 골자다. 주요 선진국 중 수사·기소를 한 기관이 독점하는 사례는 한국 검찰이 유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이른바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가 주요 선진국 형사 사법 시스템이자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검수완박은 수사·기소 융합 추세인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것으로 오히려 ‘후진국형 사법체계’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은 물론 고위 공무원, 기업 회장 등도 검찰 수사라는 칼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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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왼쪽부터) 부산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2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조재연(왼쪽부터) 부산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2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형사소송법 제191조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본 검찰은 도쿄·오사카·나고야 지방검찰청 3곳에 특수부를 설치하고 요코하마와 삿포로 등 10개 지방검찰청에는 특별형사부와 특수반을 편성해 독자 인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부패 범죄와 기업 범죄, 탈세, 금융 범죄 등의 중대한 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일본 검찰이 직접 수사한 대표 사건으로는 ‘가와이 전 법무대신의 뇌물사건’ 외에도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사건’ ‘록히드 사건’ 등 다양하다.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 법무성은 검찰의 독자 수사에 대해 ‘정치·경제의 어둠에 숨어 있는 거악을 검거 적발해 국가의 건전한 발전에 일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검사가 수사와 기소·체포까지 수사권 전반을 행사한다. 수사 범위도 한국이나 일본보다 더 넓다. 미 연방검찰 소속 연방검사는 중대 사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과 수사 개시부터 수사 전략까지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법으로 직접 수사에 관여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뿐만 아니라 수사 지휘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의 한국 검찰과 유사한 체계다.

미국 주나 카운티 검찰청도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근거법이 다르지만 ‘검사는 수사 개시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전국 검찰 규준에 따라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재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고 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1975년 뉴욕 연방검찰청 출신인 로버트 모겐소 검사장이 취임하면서 중대범죄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검사가 수사부터 기소, 공소 유지까지 전담해왔다. 이후 유죄 선고율이 급증했고 강력 범죄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수사·기소 융합으로 가능했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폐지라는 논리로 짜 맞춰진 졸속 법안”이라며 “선진 사법 체계에서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에 여러 국가들이 현재와 같은 수사·기소 융합형 사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중국 형사소송법과 판박이로 닮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 검찰의 수사 영역이 수사상 불법행위 등 공안에 한정돼 있는 게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재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21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수완박법과 중국 형사소송법 제19조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에는 ‘법률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사건 수사는 공안 기관이 담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법언무자의 직무 권한을 사용해 불법으로 구금하는 행위,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행위, 불법으로 수색하는 행위 등 공민의 권리를 침범하고 사법 공정성을 훼손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 인민검찰원이 곧바로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 범위를 경찰·공무원 등 ‘직무에 관한 범죄’로 포괄 규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이 검수완박 법안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 검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참고한 것인가”라며 “중국마저도 검찰에서 조사가 필요한 경우라고 돼 있는데 검찰이 기소권만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고 반문했다.


최성욱 기자·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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