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전직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이 나왔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21일(현지 시간) 문재인 정부가 특히 공을 들였던 종전 선언과 관련해 ‘종이 한 장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주최로 열린 화상 세미나에 참여해 “(종전 선언에 대한) 서명이 이뤄진 다음 날 무엇이 변할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전 선언이 곧 평화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휴전 상태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무가 계속된다며 북한의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 역시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이 서명하는 또 다른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자”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 결과로 이 같은 유인책을 북한에 제공할 수는 있지만 미리 주는 것은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미 공동의 능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동시에 현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비판하며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24일께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고 이에 앞서 한국도 찾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해리스 전 대사는 “쿼드 회의를 하면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