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또다시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했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독려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중개됐다.
푸틴 대통령이 다소 경직된 표정을 한 채 구부정하게 앉아 앞에 놓인 테이블 모서리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관심이 쏠렸다. 또 잡은 테이블 끝을 회의 내내 한시도 놓지 않았고, 밑에서는 발을 계속 까딱거리는 모습이 잡혔다.
이 때문에 올해 10월 70번째 생일을 앞둔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다시 나왔다.
영상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에 힘을 싣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작가이자 보수당 하원의원을 지낸 루이즈 멘시는 푸틴 대통령이 병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고 쓴 자신의 과거 글을 첨부했다. 멘시 전 의원은 "이전에 푸틴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썼는데 영상을 보면 그가 떨리는 손을 감추려 테이블을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면서 "근데 계속 발을 까딱거리는 건 멈출 수 없나 보다"고 전했다.
스웨덴 경제학자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안데르스 오슬룬드도 영상에 나온 두 사람 모두 우울하고 건강이 나빠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쇼이구 장관의 발음이 어눌하다"며 "심장질환설이 가능성 있어 보인다. 앉아있는 자세가 이상하고 움직임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모습을 드러낸 쇼이구 국방장관도 지난달 2주 가까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한 측근은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아픈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은 여러 차례 나왔다. 외관상 얼굴과 목 부분이 눈에 띄게 부은 모습이 주목받았고, 그가 파킨슨병과 암 등을 치료하고자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프로엑트가 2016∼2020년 암 전문의가 푸틴 대통령을 꾸준히 내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해왔다.
한편,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과 쇼이구 국방장관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껏 매우 긴 회의 테이블 끝에 홀로 앉아 맞은편에 앉은 각료 등과 회의하는 모습을 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과 회담에서도 길이가 5m에 달하는 긴 테이블의 끝 부분에 앉아 거리를 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