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자 놀이에 빠진 은행들, 부실 후폭풍 감내할 수 있나


은행권 가계 대출이 긴축의 파고를 비웃듯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의 가계 대출은 21일 기준 703조 4484억 원으로 3월 말보다 2547억 원 늘었다. 이런 흐름이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대출 감소 행진은 4개월 만에 끝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도 작용했겠지만 퇴행적 대출 경쟁이 가계 대출 증가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하는 터에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은행들은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구가했다.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4조 639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급증했다. 예대 금리 차가 지난해 12월 1.55%에서 올 2월 1.86%로 확대되며 은행별 이자 이익은 20%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와 긴축의 여파로 자영업자 등이 고통을 당할 때 은행들은 이자 놀이로 휘파람을 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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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행태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따른 부실 후폭풍을 감안하지 않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1862조 원까지 늘었고 이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909조 원에 이른다. 총부채상환비율(DSR) 40%를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는 크게 증가해 38만 가구를 넘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씀)’에 나섰던 30대는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이 280%에 달해 이자 폭탄을 감내하기 힘들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도산하면 부실은 고스란히 가계로 전이된다. 금융사들은 대출 경쟁을 중단하고 건전성을 최우선 잣대로 설정해야 한다. 금융 당국도 업권별 부실 실태를 정밀 파악해 가계 대출이 시스템 교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관리에 들어갈 때다. 은행들이 탐욕에 눈멀어 이자 놀이만 일삼는다면 금융 위기 직후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이상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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