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가 재차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규모가 약 19조 원에 달하는 홍콩 ELS는 6000선이 무너지면 무더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홍콩H지수는 전날보다 4.13%(287.65포인트) 급락한 6684.73로 마감했다. H지수는 19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 3월 이래 재차 7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H지수는 연이틀 15%가량 폭락하며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7000선이 무너져 610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H지수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를 추려 산출한다. H지수는 지난해 2월 17일 1만 2228.63으로 고점을 형성한 후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홍콩지수가 다시 약세를 보이는 것은 상하이에 이은 베이징 일부 지역의 봉쇄 소식 때문이다.
홍콩H지수가 재차 7000선을 하회하면서 국내 ELS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에 떨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미상환 잔액은 19조 7403억 원에 이른다. ELS는 일반적으로 기초 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다. 2020년 이후 발행된 H지수 연계 ELS는 지수가 6000선 이상일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만기 시점에 6000 밑으로 떨어지면 2조 원 규모가 넘는 ELS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지수가 5500선 밑으로 하락하면 추가로 3조 5000억 원가량의 ELS에서 손실이 날 수 있다.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ELS의 녹인 진입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락은 지난달과 달리 변동성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쥔헝 워런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리 CEO는 중국이 상하이 봉쇄 사태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고 코로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겹쳐 중국 주식이 향후 몇 달간 매우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액은 최근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조 8537억 원에 달했던 홍콩H지수 기반 ELS 발행액은 반년 만인 지난달 1조 363억 원으로 44%가량 줄었다. 지난해부터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 지수와 연계된 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며 ELS 시장이 위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