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눈]"나랏돈 함부로 쓰지 말라" 기재부 호소가 불편한 이유

김우보 경제부 기자





“살다 살다 기획재정부가 돈 더 주겠다는 일도 보네요.”



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여했던 정부 부처 인사 A 씨는 낯선 일을 겪었다. 발전단지 확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기재부에 전했는데 “사업비를 더 주겠다”는 답을 받은 것이다. 1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면서 기재부에 올린 예산안이 반려되거나 반 토막 난 일은 숱하게 보고 겪어왔다. 이번처럼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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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어차피 다 쓰지도 못할 돈”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려워 단지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짓는다 한들 송배전망을 제때 구축하기 어려워 ‘깡통 발전단지’만 양산할 우려가 컸다. A 씨는 “다행히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높여 잡은 금액이 삭감되면서 예년 수준으로 사업비가 책정됐다”면서 “현 정권에서 눈여겨보는 사업이니 일단 돈을 밀어넣으려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돈 씀씀이에 인색한 예산 당국에도 예외는 있다. 권력이 꼽은 사업에 당국이 비용과 편익을 따지고 드는 일은 드물다.

그랬던 기재부는 요즘 들어 곳간 지기를 자처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수십조 원의 추경을 주문하고 나서자 나랏돈을 함부로 써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산 당국 내에서는 “표심만 보는 정치인들이 국가 재정을 거덜낸다”는 비판이 많다.

국가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터라 당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테다. 공직자로서 포퓰리즘에 제동을 거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한데 정치적 셈법에 따라 돈을 뿌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기재부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성은 없고 비판만 가득하다. 그간의 행태를 외면한 채 밖으로만 손가락을 겨누는 이들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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