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수완박’ 민주당 단독 통과…욕설·고함 속 6분 만에 '땅땅땅'

내달 3일 국무회의서 공포 목표

안조위 거쳐 전체회의 속전속결

국민의힘 '저지'에 총력전 예고

"필리버스터 등 모든 방법 동원"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성형주 기자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친 법사위는 27일 새벽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 속에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기립 표결’이 이뤄졌다. 법사위 의결 뒤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본회의 표결까지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앞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은 두 개 법안을 단독 의결한 뒤 속전속결로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안건조정위는 이날 밤 11시 46분 개의해 8분 만인 11시 54분 개정안 의결을 마쳤고,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6분 만인 27일 0시 11분께 의결되면서 양쪽의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 피켓을 들고 몰려든 국민의힘 의원들이 극한 충돌 양상을 보였다. 법사위 사무실 내 가림막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가 하면, 국회 직원들은 일부가 옷이 풀어 헤쳐지는 등 험한 상황이 벌어졌고 곳곳에서 거친 욕설과 고성이 이어졌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설 계획이지만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을 내세운 민주당의 속도전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이 검사가 가진 보완수사권을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사유로 완전히 제한했다”며 “한국의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더니 의회를 통해 비열한 방법으로 검사들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민주 "검수완박 늦어도 29일까지 처리"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본회의를 소집한 뒤 늦어도 29일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데는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에 기존 합의안대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 범죄 두 가지로 제한했다. 여기에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 범죄에 수사권은 올해 말까지 검찰에 남겨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처리하기로 22일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흘 만에 합의를 깨자 민주당은 기존 중재안을 그대로 밀어붙여도 된다고 판단하고 법안 처리 속도전에 돌입했다.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에 ‘이번 임시국회 4월 중 처리’가 명시된 만큼 여야가 기존에 합의한 대로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 경우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의 법안 공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미 검수완박 법안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가 지연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드는 초강수까지 띄웠다. 안건조정위원의 3분의 2인 4명을 민주당이 차지할 수 있어 최장 90일까지 지연시킬 수 있는 안조위 심사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가 국민 앞에 약속한 합의안을 준수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조문 작업을 진행했다”며 “국민의힘의 합의안 파기 시도를 묵과할 수 없다. 공당으로서 앞으로의 협치마저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고 국민에게 충성하는 게 국회의 책무”라며 “여야 합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뜻에 따라 무효가 된다면 중대한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 경고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 통과를 선포한 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성형주 기자박광온 법사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 통과를 선포한 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성형주 기자


검수완박 정국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박 의장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소집해 70분간 회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박 원내대표는 “왜 합의 사항대로 국회에서 신속하게 입법적인 뒷받침을 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고 설명하고 설득했다”고 말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이 왜 재논의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상황을 설명 드렸다”고 전했다.

여야 재회동마저도 빈손으로 끝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의원총회를 열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민주당 의총에서는 법사위 통과 뒤 바로 다음날 본회의를 소집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 원내대표는 “기존 합의했던 두 개(방위 사업 범죄, 대형 참사)에 더해 공직자 범죄까지는 현행 합의대로 4개월 이후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선거 범죄를 포함한 부패·경제 범죄는 유예하되 1년 6개월 후 폐지한다는 것을 부칙을 통해 담자고 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했다”고 말하며 그간 여야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검수완박 ‘속도전’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런 식의 약속 뒤집기가 검찰 개혁을 못하게 하기 위해 시간을 끌려는 계획된 사기극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우리당의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며 단일대오 유지를 주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틀 연속으로 법안 심사를 진행했던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도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합의안과는 다른 수정안을 가지고 왔다고 반발했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검수완박’ 법안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퇴장 속에 민주당 단독으로 소위를 통과했고 전체회의까지도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었다.

‘검수완박’ 법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국민의힘은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다만 ‘회의 쪼개기’ 등을 앞세운 민주당의 속도전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사위는 다음 달 4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송종호 기자·정상훈 기자·김남균 기자·박예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