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김윤주 BCG 파트너 "디지털 인재 채용 별따기? 트위터·JP모건처럼 파격지원 해봤나"

[서경 금융전략포럼] 김윤주 BCG MD파트너 주제강연

은행 디지털전쟁서 리더 역할 중요

근무환경·복지 좋으면 인재 몰려

전통 금융사, 디지털 전환하려면

매일 이자받기·10원 버튼 클릭 등

빅테크 같은 마케팅 전략도 필요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가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가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올해 2월 13일 개최된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신기한 TV 광고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60초짜리의 이 광고는 아무런 활자나 영상 없이 TV 화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색깔이 변하는 QR코드만을 보여줬다. 어떤 광고인지 궁금한 시청자들은 결국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QR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QR코드를 찍자 스마트폰 화면은 코인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사이트로 연결됐으며 앱을 설치한 신규 고객에게 코인베이스는 15달러 상당의 무료 비트코인을 제공했다. 이 광고의 결과는 어땠을까. 코인베이스의 다운로드 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주했다.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결국 1시간가량 사이트 오류가 발생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광고가 방영된 지 1분 만에 코인베이스 접속자는 2000만 명을 넘겼다.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 플랫폼 경쟁,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코인베이스 사례를 제시한 뒤 “전통 금융회사들이 고객 트래픽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면 (코인베이스처럼) 트래픽만을 위한 광고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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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파트너가 코인베이스 사례를 든 것은 전통 금융회사들에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트래픽을 위한 광고는 일반적으로 카카오나 토스 등 ‘빅테크’라고 일컫는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 기업’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거대 금융 기업은 지금껏 기존 사업이나 서비스의 디지털화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의 방식을 사용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김 파트너는 앞으로 전통 금융회사들이 하이퍼스케일러(초거대) 디지털 금융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방식부터 바꿔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토스뱅크의 경우 머니 알림, 매일 이자 받기, 버튼 누르고 10원 받기 등을 통해 많은 고객을 끌어냈다”며 “전통 금융기관에서 보면 작은 요소지만 고객이 매일 들어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이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는 ‘디지털 인재 확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더했다. 김 파트너는 “국내에서는 노조도 있고 제도도 있으니까 인재를 뽑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재 전쟁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실제로 어디까지 해봤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한 트위터, 원할 때마다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한 보스턴컨설팅그룹, 디지털 인력에 대해 빅테크·핀테크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는 JP모건 등을 사례로 들면서 “사람을 계속 수혈해야 디지털이라는 관점에서 변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내부 역량을 과감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자기 파괴적 디지털 혁신’도 ‘하이퍼스케일러’가 되기 위한 과제 중 하나로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마키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등 자신들의 자산을 외부에 과감하게 공개하면서 플랫폼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전통적 송금 회사인 페이팔은 가상자산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트래픽이 2배로 늘고 론칭 후 1600만 개의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파트너가 보기에 골드만삭스는 방어적이었고 페이팔은 공격적이라는 작은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두 기업 모두 그동안 성공을 거뒀던 자신을 딛고 섬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화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그는 조정 경기를 예로 들었다. “모두가 뒤를 보고 노를 젓지만 앞을 보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가 바로 캡틴(콕스)”이라며 “콕스가 하는 일은 방향과 속도를 정해주는 것인데 최고경영자가 어디를 보고 어느 속도로 달려갈지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강의를 마쳤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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