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자의 눈]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

국제부 김태영 기자





2년 전 이맘때 촉발된 ‘정의기억연대 사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시각에 균열을 가했다. 정의연의 목표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보상’은 절대 선이나 마찬가지였다. 타협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은 민족의 아픔이라는 구호에 묻혔다.



“정의연에 30년간 이용만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는 위안부 문제가 민족 문제이기 이전에 피해자 개개인의 인권 문제임을 뒤늦게 상기시켰다. “죽기 전에 일본에 금전적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는 목소리는 많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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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말의 변화도 이후의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합의 파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이미 파탄 난 상태였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양국이 지난해 추진했던 정상회담마저 소마 히로히사 주한 공사의 문재인 대통령 폄하 발언으로 무산됐다. 이는 현 정권에서 양국 관계 개선이 물 건너갔다는 마침표나 다름없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인다. 러시아·중국·북한이 한데 모인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양국 모두 이견이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여당인 자민당 내 반대를 무릅쓰고 윤 당선인이 보낸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을 만나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현실화한 지금 한국과 일본이 마주 앉을 때가 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일본 정부의 역사 의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지난해에는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강제연행’이란 용어를 ‘징용’으로 대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각의 결정을 내리더니, 올 2월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관계 개선 대책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진정 한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일본도 과거사 문제에 있어 조금이라도 달라진 태도를 보여야 한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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