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초고령 사회 일본이 위태하다'… '장수왕국' 지위 흔들 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미지투데이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미지투데이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8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한 달 반 가까이 입원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야 했지만, 코로나 감염이 무서워 외출을 자제했다. 그 결과 A씨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게 됐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재활·치매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이 건강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의 전부는 아니”라며 “코로나에 걸릴 경우 중병으로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이 코로나 감염을 무서워 해 병원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고령층의 병원 기피 등 사회와의 단절 현상은 여러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건강진단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메디컬데이터비전(MDV)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2020년 5월 65세 이상 치료 수혜자가 2019년 12월에 비해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치매치료제 4대 약품을 처방한 사람은 22% 감소했다. 고령화가 원인인 백내장 치료를 받은 사람수도 2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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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외출 자제에 2020회계연도(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 전국 의료비는 전년 대비 3% 감소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아라이 히데노리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조사한 결과 2020년 1월 노인들의 사회 활동 참여 시간은 주당 평균 330분이었으나 1년 후 180분으로 45%나 줄었다.

일본의 싱크탱크인 NLI 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NLI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52%가 코로나로 인해 대면 소통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는 20~64세 응답자의 39%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아라이 원장은 “치매 약물 요법이 중단되면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악화해 방황과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백내장의 발견이 늦어지면 급격한 시력 상실과 운동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일본 의료개호(돌봄) 시설협회 다케히사 요조 회장은 "노인들이 허약한 상태를 방치하면 정부에서 간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늘어나 의료 및 간호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치료를 기피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고 국가의 의료비 부담도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인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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