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서 亞 최초 개인전 여는 '미디어아트 거장' 슈타이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9일 개막

신작 '야성적 충동' 세계 첫 공개

히토 슈타이얼.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촬영=Leon Kahane히토 슈타이얼.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촬영=Leon Kahane




“오랜 시간 예술가의 역할을 넘어 일반 대중 사이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해 온 인물.”



매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해 발표하는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지난해 17위에 오른 독일 출신의 미디어아티스트 히토 슈타이얼(56)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17년에는 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슈타이얼은 지난 10여 년간 10위권을 지키고 있는 확고한 인물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중 하나인 슈타이얼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가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인 ‘데이터의 바다’는 슈타이얼의 2016년 논문에서 빌려왔다.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수많은 정보들, 휴대폰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하는 사진들은 빅데이터로 저장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돼 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삶 전반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작품으로 시각화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작가는 인간의 탐욕이나 두려움으로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상황을 ‘야성적 충동’으로 명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개념을 인용했다. 구석기 시대 벽화가 그려진 라스코 동굴을 중심으로 스페인 양치기들이 가진 생태학적 힘을 겹쳐 보여주는가 하면 비트코인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롭게 등장한 ‘야생적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논쟁거리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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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의 2020년작 ‘소셜심’.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히토 슈타이얼의 2020년작 ‘소셜심’.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히토 슈타이얼의 최신작 ‘야성적 충동’.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히토 슈타이얼의 최신작 ‘야성적 충동’.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안 보여주기(2013)’라는 작품도 있다. 디지털 기반의 감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안 보일 수 있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카메라에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가 되는 방법,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등이다. 작품의 부제가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이다. 짓궂은 듯하면서도 예리하다.

이처럼 슈타이얼은 디지털 사회의 이면과 그 속에서 생산되는 이미지의 새로운 문법을 추적하고 기술·자본·예술·사회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비평적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과 저술 활동으로 2000년대 이후 주목받아왔다. 범세계적 화두를 던지는 5년제 국제 미술 행사인 카셀도쿠멘타에 2007년 초청됐다. 2013년, 2015년,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잇달아 불려 나갔다. 지난해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크시슈토프 보디치코, 제니 홀저, 아이 웨이웨이 등 동시대 미술계 거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열어오고 있다. 29일 작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는 9월 18일까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9일 개막하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 전경.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29일 개막하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 전경.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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