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은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디오임플란트 LA 오픈에서 체면을 구겼다. 3라운드 도중 파4 홀에서 4타를 잃는 쿼드러플 보기로 속칭 ‘양파’를 범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1.5m 거리에서 4퍼트까지 했다.
하지만 자존심 회복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진영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 1라운드에서 6연속을 포함해 버디 8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7언더파 64타를 쳤다.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교포 선수 이민지(호주)에 1타 뒤진 2위다. 페어웨이 안착률 86%(12/14), 그린 적중률 78%(14/18), 그린 적중시 퍼트 수 25개로 3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졌다.
시즌 2승 도전에 나선 고진영은 초반에는 주춤했지만 후반에는 불을 뿜었다. 10번 홀부터 경기를 한 고진영은 13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15번, 18번 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더니 후반 2번부터 7번 홀까지 6연속 버디 행진을 벌였다.
고진영은 경기 후 “퍼팅이 잘 됐다. 특히 후반 들어 정말 잘 들어갔다”고 했다. 지난주 ‘악몽’과 관련해서는 “오늘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골프는 골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난주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이었다. 너무 먼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코어는 생각하지 않고 샷에 집중하면서 모든 걸 즐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선두로 나선 이민지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골라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주 공동 3위를 포함해 올 시즌 다섯 차례 출전에서 한 차례만 빼고 모두 톱 20위에 진입했을 만큼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마지막 우승(통산 6승)은 지난해 7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최혜진(23)과 김인경(34)이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과 함께 공동 21위(2언더파), 지은희(36)는 대니엘 강(미국) 등과 공동 37위(1언더파 70타)에 올랐다. 박인비(34)와 안나린(26), 최나연(35) 등은 이븐파 71타로 공동 5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