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정 철학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지금은 과학기술부총리제 논의도 감감무소식이고 대통령실 과학기술혁신수석 도입 여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와 우려가 큽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2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통령실 직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경제수석이 관장하게 될 확률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학기술 정책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뤄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성장 잠재력 훼손, 인구절벽, 지역 소멸, 기후위기, 감염병 등 도전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국가로 전환해야 이 난제를 풀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부총리 같은 정부 조직 개편을 정기국회 때로 미뤘다”며 “대통령실에서도 과학기술혁신수석을 두지 않을 경우 새 정부 국정 철학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과총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6개 과학기술 단체는 “새 정부 국정 철학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반드시 세워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만약 경제수석실에서 과학기술비서관 체체로 가면 각 부처의 과학기술 정책을 조율하기 쉽지 않고 기술 패권 시대 경제안보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가 안정, 부동산, 코로나19 팬데믹 정상화 등 산적한 현안으로 인해 과학기술 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각국이 복합 위기 상황에서 사활을 걸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추구하며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때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빠른 추격자(fast-follower)’ 패러다임으로부터 철저히 탈피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혁신 선도자(first-mover)’로 탈바꿈하자는 얘기다. 동시에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 수소, 양자, 사이버 보안, 첨단 모빌리티, 로봇,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과학기술 추격 국가에서 원천 기술 선도 국가로 전환하겠다’고 다짐했으나 현재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윤 당선인은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고 대통령이 된다면 직접 살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0년간 고수해왔던 추격자 전략은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며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혁신 선도자로 나설 수 있게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을 보좌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과신성장 동력 창출에 나설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최근 “미래 먹거리를 찾고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가장 큰 상징 중 하나가 과학교육수석”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건의했다고 밝혔으나 과연 그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과학기술계의 분석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이 행정부를 깔고 앉을 수 없다”며 ‘슬림화’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에너지 믹스 등은 과학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과학기술혁신수석이 과학기술 정책을 지원하고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보완할 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