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배달 라이더가 열악한 도로 환경과 규정 미흡 등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와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배달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전기 자전거 안전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 자전거는 구동 방식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단속 대상 포함 여부가 갈린다. 오토바이처럼 버튼을 누르면 구동하는 스트롤 방식의 경우 개인형 이동장치(PM)에 해당해 단속 대상이다. 반면 페달을 밟아야 모터가 움직이는 파스(PAS) 방식은 단속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문제는 경찰이 달리는 전기 자전거의 겉모습만 보고 헬멧 미착용 등을 단속 가부를 파악해야 하는 점이다. 사실상 단속에 한계가 있어 전기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페달을 열심히 밟아 파스 방식인 척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꼼수마저 공유되고 있다. 일각에서 전기 자전거에도 번호판을 부여해 스트롤·파스 방식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열악한 도로 환경도 문제로 꼽힌다. 대도심의 경우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도 많다. 자전거 도로가 있어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중간에 도로가 끊어진 경우가 많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사례도 빈번해 이용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에서 전기 자전거 운전자인 40대 여성 배달 노동자가 5톤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한국은 자전거 도로 자체가 양적·질적으로 모두 부족하다”면서 “자전거 도로 중간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경우도 많아 주행 환경 자체가 열악해 안전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보험이 미흡하다는 점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부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에게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체 라이더가 보상을 받기에는 조항 등에 허점이 많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보험은 산재보험뿐”이라며 “산재보험은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험 대상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속성 기준에 따르면 한 사업장에서 한 달에 115만 원 이상 벌거나 93시간 일해야 산재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부업으로 일하는 라이더들은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등의 이유로 전기 자전거 라이더가 계속 증가해왔다”라며 “라이더의 안전을 위한 보험 등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안전 보장을 위한 보험이 없어 위험하다”는 등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