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5000억 추가 '실탄 장전' 한화운용… 글로벌 ETF 운용사 인수하나

2년전 5100억 이어 두번째 대규모 유증

한화운용 업계 두번째 '자기자본 1조 클럽'

저성장 '늪' 보험업보다 금융투자업 강화

글로벌 ETF사 인수 등 공격적 투자 관측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생명(088350)으로부터 약 2년 만에 5000억 원을 추가로 증자받으며 자산 운용 업계 두 번째로 자기자본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번에 수혈받은 자금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인수를 비롯해 해외투자 등 적극적인 성장 동력 확보의 실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금융 계열사 승계가 유력해 보이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보험업보다 한화운용·증권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자산운용은 글로벌 사업 역량과 디지털 사업 추진 등을 위해 5000억 원의 증자를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2020년 3월 5100억 원 증자에 이은 추가 증자로 한화자산운용의 자기자본 규모(1조 3344억 원)는 업계에서 두 번째로 커지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기준 2조 2579억 원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가운데 한화자산운용은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6152억 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6576억 원)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총 1조여 원에 달하는 한화생명의 한화자산운용에 대한 대규모 증자는 한화그룹 승계와 함께 금융 계열사의 성장 방안이 맞물린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자산운용은 2020년 5100억 원의 증자 자금으로 비금융 계열사들로부터 한화투자증권(003530) 지분 26.46%를 인수하며 한화생명→운용→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당시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글로벌에셋이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보통주 2672만 7398주(지분 12.46%)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보통주 1870만 9207주(8.72%),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보유한 보통주 1132만 5303주(5.28%) 등을 약 3201억 원을 투입해 사들였다. 1차 유상증자 자금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한 셈이다. 한화그룹은 김 부사장이 보험업보다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금융투자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사진 설명사진 설명


생명보험사 중심인 한화의 금융 사업은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구 감소, 저금리 등으로 생명보험업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5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8% 감소하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도 있지만 수입 보험료가 전년 대비 2.2% 줄어드는 등 보험업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위기를 돌파해야 할 김 부사장은 5000억 원의 실탄을 장전한 한화자산운용을 활용해 급성장하고 있는 ETF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자산운용이 전날 공시를 통해 증자한 5000억 원 중 2150억 원을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이라고 밝힌 점도 글로벌 ETF 운용사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운용사로서 도약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증자의 상당 부분을 미국 법인 등 글로벌 사업 역량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현지 글로벌 ETF 운용사 지분 투자 및 지수 사업자 기업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지수 업체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는 개인 맞춤형 상품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은 신사업 분야에 대한 자기자본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둬왔다. 2018년 4월 야놀자에 투자해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차량 공유 배달 플랫폼 그랩,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 미국 유전공학 스타트업 자이머젠 등 한화 금융 계열사 투자의 중심에는 김 부사장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자산운용은 해외 ETF 업체 및 지수 업체뿐만 아니라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해외 인프라 및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ETF 사업 후발 주자인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해외 테마형 ETF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지수 사업자인 MVIS와 협업해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415920)’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419650)’ 등 국내 최초 ETF를 다수 출시한 바 있다. 다음 달에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사모펀드(PEF)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ARIRANG 미국대체투자 Top10MV’ ETF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우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