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홍성걸의 정치나침반] 민주주의가 죽어간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문파'라는 팬덤에 둘러싸인 지난 5년

막판 검찰 무력화 시키는데만 혈안

민변·참여연대마저 '검수완박' 반대

상식 있다면 국민의 미래 내다보길





피땀 흘려 쟁취한 자유민주주의가 소위 민주화 세력이라면서 정당 이름에까지 ‘민주’를 써 붙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말살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최근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나라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인가에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돌이켜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문재인 정부보다 더 비민주적 행태를 보인 정부를 본 적이 없다. 소위 ‘문파’라는 팬덤에 둘러싸여 오직 자기편만 옳고 의도가 선하면 과정이나 결과가 어찌 되든 아무 상관 없다는 무책임이 판쳤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이 나라와 국민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옳다는 아집으로 일관해 국민의 삶을 질곡에 빠뜨렸고 정권을 내놓기에 앞서 자신을 수사할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민주당은 과거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공수처 입법과 교환하자며 정의당과 함께 선거의 주요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난투극을 보다 못해 여야의 견해 차이가 큰 법안에 대하여는 안건조정위원회를 여야 동수로 구성해 90일간의 숙의를 갖자는 의도에서 개정된 국회법을 위반해 자기 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나 2중대 정당의 의원을 야당 몫의 위원으로 지정해 개회와 함께 의결하는 무도함을 저질렀다. 그 결과, 비례정당이 출현해 정의당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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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식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임대차 3법 개정에서도 나타났다. 이때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안으로 개정되면 세입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세를 구할 수 없게 돼 오히려 더욱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야당과 전문가 집단의 경고를 무시했고, 그 결과는 전세 매물의 실종과 월세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제 또다시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에서 파렴치한 안건조정위원 사보임이 재연됐고 국회의장이 여기에 회기 쪼개기를 통해 이견이 있는 법안의 무제한 토론을 무력화시켜 이어지는 회기에서 막무가내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 민주당 원로들조차 이렇게 급박하게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이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는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 처음 사보임돼 안건조정위에 배치됐던 민주당계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소위 ‘처럼회’ 소속이라는 10여 명 초선 의원이 민주당 전체는 물론 대한민국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학계와 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민변과 참여연대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시민사회 단체가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을 이처럼 무도하게 신속히 처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이 내놓은 설명은 검수완박이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면 무엇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다. 그리고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 검수완박의 기회가 없다면서 국회 파행을 무릅쓰고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하고 있다.

도대체 집권 5년간 국민의 눈을 속여 가며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검찰 수사권을 저리도 급하게 박탈하려 하는가. 설혹 검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가 커 개선이 필요해도 불과 1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통해 변경된 형사 사법 체계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적어도 그것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검수완박’이 가져올 결과를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말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봐도 검수완박을 통해 이익을 받을 사람은 뒤가 구린 집권 여당 인사들과 앞으로 선거 사범 수사를 받게 될 정치권밖에 없다. 혹시 이를 주도하는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아야 한다는 것만 머릿속에 있는 것 아닐까. 그들이 보호해야 할 사람이 문재인과 이재명, 그리고 수사 대상이 될 처지에 놓인 민주당 정치인들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그래서 민주당에 묻는다.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맞는가, 아니면 ‘문주’ 혹은 ‘명주’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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