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의 대도시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집에서 아이나 봐야 한다는 성편견의 고착화로 일할 기회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도시로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여성들의 도시 선호 추세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초고령 사회로의 가속화, 지역 경제 붕괴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일본 총무성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21년 도쿄와 같은 대도시로의 인구 순유입 규모가 5433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성별로 보면 1344명의 남성은 도시를 떠났고, 6777명의 여성은 도시로 유입됐다. 남성이 떠난 자리를 여성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다른 도시에서도 확인된다.
요코하마가 인근에 있는 가나가와현의 여성 순유입 규모는 1만7555명, 사이타마현은 1만4535명, 치바현은 8473명이다.
반면 대도시가 없는 현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히로시마에서는 3,580명의 여성이, 후쿠시마에서는 3,572 여성이 해당 지역을 떠났다.
여성 인력의 유출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20년에 실시된 국가 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대도시에서 여성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요코하마의 여성 비율이 0.71포인트, 사이타마 0.69포인트, 가와사키 0.67포인트 증가했다.
일본이 전체 인구 중 도시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일한 선진국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에 많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간사이 지역에서 도쿄로 이주한 23살 여성은 닛케이아시아에 “도쿄에는 여성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회사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싱크탱크인 NLI 연구소의 아마노 가나코 연구원은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직업은 농촌 지역의 남성에게만 국한되거나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여성 일자리 부족 문제 기저에는 성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골에서 도쿄로 이주한 여성의 15%가 고향 사람들은 여전히 ??"아내는 집에 있고 남편은 빵을 먹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남자는 나가서 일을 해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의 유출 문제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심화→지역 경제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노 연구원은 “젊은 여성 유출로 농촌 지역에서 어린이 수가 급격히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부 지역은 여성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효고현 서부에 위치한 도요오카시에서는 여직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야자키현 남부에 위치한 니치난 시청은 기업 유치를 통해 여성의 취업 기회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떠나는 여성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일자리 확대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어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농촌 기업과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키를 쥐고 있는 여성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더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