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WTO 시대의 종언.. '성장전략' 다시짜야 하는 尹 정부

中이 흔든 WTO 시대.. 러시아가 마침표

자원빈국인 '수출코리아'에 직격탄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자원부국과의 동맹 필요

대통령 산하 컨트롤타워 필요하는 지적도





세계무역기구(WTO)가 중심이 된 자유무역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국경제의 성장 전략도 재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몇년간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를 받던 자유무역시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나라는 러시이다. 러시아는 각국의 만류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글로벌 ‘자원 무기화’를 촉발시킨데 이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59.82%로 주요20개국(G20) 중 67.03%를 기록한 독일에 이어 2위다. 무역의존도는 특정 국가의 전체 수출입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로, 그만큼 한국 경제가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수년전부터 글로벌 정세 급변에 따른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허둥지둥이다. 공식 출범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비전만 제시할 뿐 당장 한국이 직면한 갖가지 문제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쟁점이 돼 버린 ‘검수완박’에 발목이 잡혀, 경제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는 뒷전인 모습이다.



1일 한국무역협회의 ‘한국형 가치사슬의 구조변화 및 우리의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간의 산업부문 협업 정도를 나타내는 글로벌가치사슬망(GVC) 지수는 지난 2018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GVC 참여지수는 국내 기업이 수출한 물품이 외국에서 중간재로 사용되는 비율을 뜻하는 ‘전방참여지수’와 해외 중간재를 국내 기업이 이용해 수출품을 생산하는 ‘후방참여지수’로 산출된다.

관련기사



해당 보고서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GVC 참여율 또한 2015년 56.2%에서 2020년 54.4%로 낮아졌다. 2020년 기준 한국의 GVC 참여율은 중국(36.0%)과 일본(40.5%)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았으며 글로벌 평균(52.0%) 이상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한국이 한·중·일 3국 중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물론, 여타 국가와 비교해서도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GVC 평균 지수는 물론 한국의 지수 또한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블록 참여나 자유무역협정(FTA) 가입국 확대 등으로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여러나라들과 무역이 많아질 수록 서로 간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이슈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최근 몇년간 강도 높은 무역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중국과의 높은 경제의존도 탓에 미국이 오히려 곤욕을 겪는 사태를 연출했다”며 “한국 또한 이 같은 상황에 교훈을 얻어 경제영토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다자경제 블록 위에 FTA를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원부국’과의 경제적 협업 강화도 필수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각 산업의 필수재인 석유 및 주요 광물을 보유한 국가의 글로벌 ‘몸값’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서방의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인 580억 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인데다, 원유 생산량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만큼 각국의 ‘자원무기화’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호재’로 작용 중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부국’이 많은 동남아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대미(對美) 외교를 강화하며 미국의 우방국이 호주나 캐나다와의 교류도 확대해야 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자유무역시대에 값싼 원자재를 수출하며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을’이었던 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자원무기화’ 시대에는 ‘갑’이 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기에 중심을 잡아 줄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국가경제위원회(NEC)와 같은 대통령 산하의 경제 전담 조직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있기는 하지만 환경, 첨단기술, 노동여건, 기술유출 문제 등이의 경제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직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각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기업의 불확실성은 해소해주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워룸’과 같은 기능을 할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