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온라인 소비 줄고 광고 성장세 둔화…짙어진 경기침체 시그널

■실물경제도 휘청

전자상거래 대표업체 아마존

1분기 매출 성장률 7% 그쳐

가전업체 월풀도 8.2% 줄며

오프라인 수요도 감소 조짐

연준, 예상대로 '빅스텝' 땐

소비심리 더욱 쪼그라들 듯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한다고 발표했지만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06% 반등하며 장을 마무리했다. 시장의 전망치(+1.0%)에 한참 못 미치는 GDP에도 흔들리지 않던 나스닥 장은 29일 아마존과 애플의 실적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4.17% 급락했다.



시장의 반응을 가른 것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개인 소비에 대한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지만 이는 무역적자 확대와 재고 둔화에 따른 결과일 뿐 미국의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실적 부진은 결이 달랐다. 개인들의 씀씀이가 줄어드는 실물경제의 여파가 눈으로 확인됐고 이에 시장은 요동쳤다. NYT는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소비”라며 “지금까지 소비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물가 상승,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여러 시장 요인은 소비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동안 미국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 아마존은 1분기에 1164억 달러(약 147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7%에 그쳤다. 2001년 닷컴버블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이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는 44%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소비의 감소 앞에 선택지는 결국 비용 절감뿐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예년같지 않은 성장세와 도전에 직면했다”며 “풀필먼트 네트워크 전체에서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비용 절감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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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 영향을 받는 광고 분야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불패에 가까웠던 구글 역시 1분기 680억 달러(약 86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9% 성장했다.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구글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유튜브의 매출이 68억 7000만 달러로 월가의 전망치인 75억 1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낮았다.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광고 매출 성장세 둔화로 상장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온라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수요 역시 감소한다는 신호가 나온다. 미국 가전 업체 월풀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매출이 49억 2000만 달러(약 6조 2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8.2%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풀은 특히 팬데믹에 접어든 지 2년이 지나면서 소비자 가전 수요 자체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판매 전망을 하향하는 것은 물론 국제 부문 사업도 재검토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 감소는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고비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모기지대출 금리나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경우 실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연초 3.2%에서 최근 5%로 뛰어올랐다. 개개인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로 돌릴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캐시 보스트잰치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할수록 소비 측면에서 더 많은 불안이 발생할 것이고 결국 소비 부진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물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소비는 자연스럽게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더하는 것은 결국 경기 침체에 이르는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소비지출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1분기 GDP를 발표하면서 미국 소비지출은 0.7%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과 여행 지출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에너지 물가 상승이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지출이 견고하다는 점에서 소비는 아직 튼튼하다는 것이다. 주담대 금리 상승에도 주거용 건축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주거용 건축 시장은 1분기 0.5% 상승했다. 투자자문사 지스퀘어드프라이빗웰스의 빅토리아 그린 최고투자책임자는 “결말을 알 수 없고 계량화하기 힘든 리스크가 부상한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 경제는 소비자의 흐름에 죽고 살기 때문에 결국 소비가 둔화한다면 이는 결국 경제의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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