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인구정책의 방향을 수정한다. 인구문제의 시선으로 산업·일자리·부동산·안보 등 사회 체계·제도 전반을 전면적으로 다시 점검해 미래를 기획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인구 전략을 총괄하는 조직의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인구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앞서 지난달 중순 인구·건축·산업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뤄진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산업·일자리·부동산·안보 등 사회 체계·제도 전반을 전면 재점검해 미래를 기획한다는 취지다.
인구TF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6년간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출산율은 지속해 떨어졌고 고령화 속도도 둔화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새로운 인구 전략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를 세워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되는 것을 완화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새 정부에서는 인구 변동으로 예견되는 미래 사회를 기획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TF에 따르면 2032년까지 ‘일하는 인구(만 25~59세)’는 2021년 대비 약 12% 감소한다. 2035~2045년에는 병역 의무를 지는 20~24세 남성 인구가 약 12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구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5대 전략 방안으로 △격차 완화 및 해소 △세대 공존 △지속되는 성장 △수축사회 전환에 맞는 새로운 정주여건 △인구 감소 충격 완화 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구체적으로 인구정책기본법(가칭)을 제정해 법률적 기반을 닦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인구정책을 통합·추진할 근거를 만들자는 얘기다.
인구TF는 차기 정부의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위원회에 인구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을 둬 각 부처의 인구정책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부각했다.
조 교수는 “인구를 관장하는 조직이 예산 조정·심의 권한을 갖도록 하고 특정 부처처럼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큰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는 대통령의 의지와 책임이 범부처에 전달될 수 있는 거버넌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