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주새 3차례 뜯어고쳐 졸속처리…원안에 없던 독소조항도 넣어

[검찰청법 국회 통과-'누더기 법안' 어떻게 바뀌었나]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제외하고 직접수사 금지

보완수사 허용 대신 송치사건 별건 수사는 제한

대검,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 요청

양금희(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쳐 구급대원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성형주 기자양금희(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쳐 구급대원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과 법조계는 “법안의 주요 내용이 2주 만에 세 차례나 바뀌면서 ‘누더기’가 됐다”며 절차적으로는 물론 내용상으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정부에 이송된 후 의견 제시 기회를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는 등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원안→중재안→개정안→수정안 등 세 차례나 바뀌어=‘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의 직무와 절차를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15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72명이 당론으로 발의하고 같은 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세 차례나 세부 내용이 바뀌었다. 거대 여당이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달 22일 박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중재안을 제시했고 여야 의견이 반영된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후 여야가 정치적 야합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거부했고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을 상정하면서 합의 내용이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이미 상정된 법안에 합의 내용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최종 검찰청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검찰 직접 수사 대상·보완수사 내용 달라져=세 차례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검수완박’ 법안 내용 중 가장 크게 바뀐 내용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여섯 가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를 모두 박탈하는 것이 골자였다.

관련기사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6대 범죄로 제한됐는데 이마저도 3개월 안에 없앨 방침이었지만 검찰의 거센 반발에 박 의장이 여야에 6대 범죄 중 일부는 한시적으로 직접 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양측이 허용할 두세 가지 범죄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부패·경제 범죄가 살아남게 됐다. 검찰이 부패·경제 범죄 직접 수사를 계속하되 제3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되면 권한을 모두 넘긴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관련 법 조항을 ‘부패·경제범죄 중’으로 규정했다가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합의했다는 국민의힘의 반발에 따라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문구를 최종 수정했다.

민주당 최종안에 담긴 검찰의 보완수사 내용도 원안과 크게 바뀌었다. 민주당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원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뿐 아니라 보완수사까지 막는 강력한 법안이었다. 현행법은 일반적인 경찰 송치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검찰이 송치를 요구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인정하지만 이마저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은 유지하게 됐지만 민주당은 최종 수정안에 송치 사건은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아 별건 수사 금지 규정을 명확히 했다.

◇이의신청 주체에서 고발인 제외…법조계 “독소조항” 지적=법안 최종 수정안이 원안에 비해 검찰 수사권을 어느 정도 열어뒀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추가됐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을 인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의신청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수정안에 넣었다. 앞으로 경찰이 불송치 처분을 할 경우 피해자와 고소인과 달리 고발인은 처분에 불만이 있더라도 검찰에 직접 수사를 요청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청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안에서는 해당 조문을 전부 삭제하고자 했으나 고소인의 경우에는 권익 보호를 위해 이의신청을 받아주자는 취지에서 일부 살리는 것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최종 수정안도 국민의힘의 주장과 국회의장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검,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 요청=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을 요청한 사실을 1일 공개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되면 대검이 법제처에 직접 의견을 내겠다는 요청도 전달했다. 대검은 “법제에 관한 사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법제처에서 책임 있는 현명한 결정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70년간 이어온 형사사법의 한 축을 무너뜨렸다”며 “과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창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