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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둔의 고수' 장덕수, 美 차세대 원전에 1000억 투자

SMR 설계 세계적 기술 보유 뉴스케일파워에 베팅

스팩과 합병해 나스닥 상장…DS운용 '대박' 기대감

뉴스케일파워 SMR/사진제공=투자업계뉴스케일파워 SMR/사진제공=투자업계




비상장 기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려 ‘은둔의 고수’라는 별칭을 얻은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이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을 점찍었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에너지 관련 투자가 각광을 받는 가운데 미래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분야로 차세대 원전을 낙점한 것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DS자산운용과 자회사인 DS프라이빗에쿼티(PE)는 미국 SMR 설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스팩(SPAC)인 스프링 밸리 애퀴지션 코퍼레이션(Spring Valley Acquisition Corp.)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지난달 28일 열린 스프링 밸리 주주총회에서 양사간 합병이 의결됐다.

뉴스케일파워는 2007년 설립 이후 SMR 설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아 왔다. 2020년 원자력 기술 관련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SMR 설계 인증을 따냈다. NRC는 역사적으로 7곳의 원자력 기술을 인증했는데 SMR 분야에서는 뉴스케일파워가 유일하다.



뉴스케일파워는 NRC 인증을 바탕으로 SMR 건설에 앞서 글로벌 수준의 원자력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028260)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중공업), GS에너지 등과 사업 공동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DS자산운용에 앞서 뉴스케일파워에 약 600억 원을 투자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과 2021년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바 있다.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다수가 뉴스케일파워 투자에 참여하면서 DS자산운용도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DS자산운용과 삼성물산은 이번에 ‘상장 지분 사모투자(PIPE)’로 뉴스케일파워 지분을 확보한다. PIPE는 국내에는 없는 투자 방식인데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이 상장을 확정한 후 추가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DS자산운용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갖춘 SMR이 미래의 대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에는 통상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기 등이 별도 설치돼 있는데 SMR은 주요 기기들이 하나의 모듈에 담겨 사고 위험이 적고 설치가 용이하다. 발전 용량은 300메가와트(MWe) 안팎으로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건설이 가능하다.

SMR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 받자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원전 정책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 국내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SMR 관련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에너지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SMR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질 것”이라며 “SMR 사업자들이 세계적 원자력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과 자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S자산운용은 장덕수 회장이 2008년 설립해 비상장 기업 투자로 명성을 쌓았고 지난해 순이익 769억 원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공모펀드 운용사를 포함한 국내 자산운용사 중 4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수년 전 부터 해외 비상장 투자로 외연을 넓히면서 뉴스케일파워 투자도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장 회장은 최근 DS투자증권을 인수한데 이어 DS PE를 설립하는 등 금융업 전반에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최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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