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정부가 마주한 제반 환경은 전임 정부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긴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고 재정 여력은 문재인 정부 5년간 763조 원이나 늘어난 국가부채로 빠듯하다. 노사·세대 갈등 속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로 추락했지만 정치적으로 ‘여소야대’라는 더 큰 벽과 마주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도 버거운 게 윤 당선인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3일 “위기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불 같은 추진력과 물 같은 포용 능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간 글로벌 리더를 참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설령 야당이 반대해도 국민의 상식을 믿고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 위기 시국에 당선돼 나라 체질을 바꾼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 등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선 영국병을 치료한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롤모델로 꼽힌다. 그는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지향해 경제 전반에 규제 완화와 경쟁의 씨앗을 뿌렸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기반으로 한 공공 주도 경제를 이어받은 윤 당선인이 대처의 단호함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처 사임 약 20년 뒤 영국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도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하와 규제 철폐로 잠든 영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가 싫어한 증세 카드를 빼든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다시 제조 강국으로 만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위대한 소통가’라는 별명을 얻었던 레이건 전 미 대통령 등도 윤 당선인이 꼭 참고해야 할 리더로 지목된다. 전 국책연구기관 원장은 “지난 5년간 이념지향적, 편 가르기 정책으로 우리 경제의 곳간은 비고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 아니냐”며 “이럴수록 리더가 역사의식을 갖고 한국병의 환부에 메스를 대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국민의 절반은 윤 당선인을 찍지 않았고 이 때문에 허니문도 없는 상황”이라며 “제왕적 리더십으로 정국을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이끌기보다 협조와 타협의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