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女 바지 금지, 男 무채색 정장만”…태국 국제학회 복장 규정 논란

안내문 공유 교수 "태국 왕실 관계자 참석해 제약 둔 것 같다"

조직위 "최종안 아냐" 해명에도 누리꾼 비판 이어져

태국에서 열릴 한 국제 학회의 조직위가 웹사이트에 올렸던 논란의 복장 규정의 모습. 트위터 캡처태국에서 열릴 한 국제 학회의 조직위가 웹사이트에 올렸던 논란의 복장 규정의 모습. 트위터 캡처




오는 6월 태국에서 물리학 관련 국제학회가 개최되는 가운데 이 학회의 조직위원회가 참가자들에게 시대착오적인 복장 규정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타이PBS 방송에 따르면 제13회 국제 입자가속기 대회 조직위는 웹사이트에 개막식 당일 참가자들이 따라야 할 복장 규정을 안내했다.

해당 안내문을 보면 바지를 입은 여성의 사진 아래에는 ‘X’ 표시가 돼 있다. 또한 치마를 입더라도 무릎 아래로 조금 내려와야 하며, 앉았을 땐 허벅지를 가릴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스타킹은 살구색 및 검정 팬티스타킹만 허용하고, 올이 나가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목이 깊게 파인 셔츠와 짙은 화장은 피해야 하며, 긴 머리는 묶어야 한다.

관련기사



남성 참가자의 경우 무채색 계열의 정장과 검정 가죽 신발을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무늬가 그려진 셔츠는 피해야 하고 옷은 잘 다려진 상태여야 한다. 문신이나 피어싱은 가려야 한다. 조직위는 더럽거나 찢어진 복장은 입장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안내문은 학회에 참가할 예정인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게시하면서 공론화됐다.

그는 “창의적인 학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학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수영복을 입거나 나치 문신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가 뭘 입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조직위가 이같은 규정을 내건 것에 대해 “개막식 당일 태국 왕실 관계자가 참석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에 대한 답글 중 일부는 태국의 문화 규범을 존중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특히 한 누리꾼은 “여성에게 바지를 입지 못 하게 하는 건 남녀 차별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복장 규정 분량이 두 배나 된다" 등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논란이 일자 조직위는 해당 규정문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조직위는 “복장 규정은 개막일에만 적용할 예정이었다”며 “아직 최종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행사는 방콕에서 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각국에서 10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PBS는 전했다.


박동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